191

"네. 주문 받겠습니다."

동명이인이 별로 신기하지도 않다 한 도영 오빠는 주문이 밀렸다는 이유로 곧바로 카운터로 돌아갔다. 칫, 나한테는 둘 도 없는 신기한 경험인데 말이지. 정말이지 커피에 물을 탄 건지 물에 커피를 탄 건지 시시하기 짝이 없는 반응이다. 당연히 입은 반 쯤 삐져 나왔다.

"저기, 미사키 님?"

저 미사키가 이 미사키에게 말을 걸어왔다. 이 미사키인 나는 곧바로 반응을 보여야만 했다. 미안. 도영 오빠 하고는 만난 지 한 달 정도 돼서 말이야. 그러자 미사키는 나랑 도영 오빠가 친남매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잠깐만, 그럼 하루카는 어쩌고!) 아무튼 간에, 나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또 다른 '사쿠라다 미사키'와 대화를 시도했다. 먼저 말을 건 쪽은 저 쪽이지만.

곧바로 저 미사키는 자기 에피소드를 이리저리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랑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1학년때 만장일치로 반장에 뽑혔다느니, 2학년 때에는 회장의 이름을 이어받은 부회장이라느니 하는 일도 있었다고. 푸하핫! 이름이 같다고 반장에 부회장이라니, 내 모교라지만 클래스가 참 웃기다. 잠깐만, 1학년 때라면 언제라고? 뭣이라, 내가 3학년이었을 때?

역시나 저 미사키는 투머치토커(too-much-talker)였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는 중, 갑자기 누군가가 대화의 맥을 끊어 놓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도영 오빠였다. 테이블이 꽉 찬 바람에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면서 말이다. 하루카라면 진작에 버스 타러 갔단다. 그래도 누나를 버리고 가는 건 심하잖아.

"제발 좀 가라. 이것들아."

도영 오빠의 머리에 핏줄이 섰다. 화가 난 것 같으니 말을 고분고분 들어야 할 것 같다. 그 와중에 미사키는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고서는, 할 일이 있다며 먼저 돌아갔다.

192

밀린 주문을 다 접수한 도영 형은 마지막 손님까지 다 받고 나서야 겨우 내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만, 미사키(들) 떠드는 소리 때문에 시끄럽다. 저기, 미사키를 버리고 가도 되겠죠? 그러자 맘대로 하라는 도영 형의 말, 미사키가 묻는다면 튀었다고 답하겠다 했다.

15분이나 지났건만, 대화가 도저히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땐 몰래 빠져나가는 게 상책이다. 도영 형, 저 두 미사키를 부탁합니다. 저는 바로 다른 곳으로 갈까 해서요.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