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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날 내 친구의 이름은 아마이 크림(天井 くりむ). 어릴 적부터 가수가 되길 너무나 좋아해서 아이돌이 되고 싶단다. 최근에는 서류 합격도 되었다면서 아주 좋아하고 있지. 어찌됐든, 그 기념으로 오늘은 크림이 한 턱 쏘겠단다. 용돈까지 쪼개가면서 말이지.

그나저나, 어디서 만나면 되더라. 아, 여기. '아마티놈'이라 읽는 레스토랑이구나. 여기 가니까 언제나 그랬듯, 크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가 오기 1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아무튼, 인사는 해야지.

원래 이 레스토랑은 상당히 붐벼서, 예전에는 예약이 아니면 1시간은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 이른 시간대에는 자리가 남는 편이다. 어찌됐든 우리 둘이서만 왔으니 종업원 언니가 바로 안내해 주는 대로 가면 된다. 그렇게 안내를 받으며 테이블에 앉으려는 찰나,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 있다. 아니, 방금 본 얼굴이다.

설마?
미사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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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키 님?!"

아?

"뜨악, 하악!"

미사키의 목소리, 그리고 놀란 나의 외마디. 그 뒤에 터져 나오는 하루카의 비명. 이건 도무지 모르는 척을 하려 해도 모르는 척을 할 수 없다. 이것보다도 기막힌 우연이 또 있으랴. 그나저나 하루카의 비명은 변함이 없는 건 기똥차게 알아차린 나였다.

"미사키 님, 미사키 님 맞죠? 또 만나게 될 줄이야."

되돌릴 수 없다. 이건 정말 되돌릴 수 없어.

"어라? 미사키 공주님이시죠? 반가워요."

못 보던 사람까지 있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이러다 분신들이 또 날뛸까 걱정되었지만, 하루카 덕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여튼, 같은 이름의 사람을 같은 날에 2번 씩이나 만나게 된 건 어중간한 우연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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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사키를 버리고(?) 도망친 곳은 '아마티놈'이라 하는 레스토랑이다. 이 레스토랑이라면 예전에 사토 하나 씨가 슈 형한테 고백을 했던 곳으로 매우 유명하다. 사실은 그 전부터 유명하던 식당이었는데, 그 사건을 계기로 식당 이름이 개명되었다. 연인이라는 뜻의 레스토랑, 나는 그 곳에서 미사키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는 나를 도와준 미사키에 대한 보답으로 그제 저녁에 예약을 한 것인데, 오늘 와서야 미사키한테 알려주게 될 줄이야. (마음 같아선 도영 형도 오게 하고는 싶었지만, 형은 점장이라서 가게를 비울 수 없었단다.)

어찌됐든, 나와 미사키는 예약석에 앉아서 메뉴판을 받았다. 사실 여기는 나도 별로 오지 않는 곳이라 무엇을 시켜야 할지 망설였다. 간단한 것이라면 치즈 케이크 같은 것으로도 되겠지만, 어차피 집에 밥이 없다. 이른 시간이지만 그냥 여기서 끼니를 해결하면 될 것 같았다. 식사류를 찾으면 되려나. 비싸긴 해도 이거면 되겠다. 여기, 또띠아 치즈 스파게티 하나 주세요. 그러자 미사키는 무슨 이른 시간에 식사냐며 투덜댔지만, 곧바로 나랑 같은 메뉴를 시켰다.

스파게티가 나오는 시간은 어림잡아 30분 남짓. 그 동안 할만한 것은 역시 패션잡지를 읽는 것 밖에 없었다. 나온 지 몇 달은 지난 과월호이지만, 이미 다음 해의 S/S 컬렉션이 여러 장을 채우고 있었다. 그 와중에 미사키는 이것도 예쁘다 저것도 예쁘다며 잡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고 있던 도중에, 근처에서 미사키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하지는 않은 목소리인데, 다시 보니 아침에 봤던 그 얼굴이다.

뜨악, 하악!!

아까 만났던 녀석을 여기에서 또 만나다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따로 없다. 저쪽 사쿠라다 미사키는 깜짝 놀라는 표정이고, 이쪽 사쿠라다 미사키는 완전 넋이 나갔다. 미사키,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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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은 따로따로였지만, 어쩌다 합석을 하게 된 4명이었다. 미사키와 하루카, 그리고 미사키와… 아마이 크림이라 하는 애. 진짜 어쩌다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운명의 장난이라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이런 데서 또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응. 그건 나도 그래. 그나저나 미사키는 뭘로 정할래?

"저도 역시 또띠아 치즈가 좋은데…."

돈이 모자라다는 말 밖에 잇지 못하는 미사키였다. 옆에 앉아 있는 아마이 역시 지금 갖고 있는 돈으로는 치즈 케이크 밖에 시켜 먹지 못한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디 보자. 나한테 용돈이 얼마나 있더라. 확인해 보니 얘들 몫까지 사 줄 돈은 없었다. 정말로 얘들은 치즈 케이크 같은 거 먹기라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고민에 빠졌지만, 하루카가 돈을 내 주겠다고 했다. 잠깐만, 하루카. 용돈이 그렇게 남아돌아?

"회복되기 전에는 한 푼도 못 썼잖아. 게다가 이렇게 만난 건 한 번도 아니라 벌써 두 번이고."

한 번 만나면 우연이지만, 두 번 만나면 인연이라는 하루카의 말. 그리고 그 말에 마음을 놓은 미사키는 또띠아 치즈 스파게티를 추가했다. 아마이 역시 또띠아로 주문했는데, 오늘은 특별 행사라고 셋이서 같은 메뉴를 시키면 하나가 공짜로 추가된다. 덕분에 메뉴가 조금 늦게 나오기는 했지만 딱히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넷이서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이 즐거웠다.

그렇게 미사키와 미사키는 서로에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했다.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