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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숨도 못 잤다.

어젯밤에 꿨던 꿈이 너무나도 뒤숭숭했다. 가위라도 눌린 것인지 어깨도 약간 아프다. 대체 무슨 꿈이었는지는 모르겠다만, 대충은 기억한다. 무너진 회색 도시이자 기계화된 도시에서 신이 되는 듯한 꿈이다. 무슨 게임에서 봤던 그 영상과 비슷한데 말이지. 막상 일어나 앉아 보니 머리도 지끈지끈 아프다.

어찌됐든, 오늘은 공연 준비를 하는 날이다. 어제도 얘기했겠지만, 자원봉사자로 지원한 것이니까. 시계를 바라보니 아침 8시 30분…

이러다 늦겠다! 빨리 옷 갈아입고 나가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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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지각이다!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어느새 8시. 공연 준비까지는 1시간 남았는데, 이것저것 다 하고 나면 1시간이 모자란다. 하루카, 왜 안 깨웠어!

"나더러 깨워달라 한 적도 없잖아."

게다가 태연하게 알람도 껐다는 하루카의 증언. 무의식중에 행한 것이 도리어 나에게 해가 되고야 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새벽에 깼을 때 분신들을 부르는 거였는데! 그래도 벨 마냥 산발이 된 채로, 게다가 잠옷 차림 그대로 나갈 수는 없잖아. 빨리 씻고 머리 대충 묶어야 되겠다.

"미사키, 밥은?"

미안해요, 엄마. 나가서 사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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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헉!

간만에 맥주 마시고 푹 잤건만,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7시 반이다. 시라기 씨 부담 안 주려고 차 대절하는 것도 사양했건만, 이러면 빼도박도 못하게 지각이다. 최대한 빨리 도착해도 준비 시간을 30분 밖에 확보할 수 없다. 안 그래도 일요일인데! 대충 씻고 갈아입어야 되겠다.

"도영 씨, 이제야 일어났어요?"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아서 직접 차를 대절하고 왔다는 시라기 씨 였다. 이거야 원, 면목이 없네요. 그러자 시라기 씨는 차라리 저장고 같은 것을 들여놓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신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게다가 오늘은 볶아 놓을 커피 빈 마저 빼먹었다. 남은 게 얼마 없을텐데.

정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더니 오전 8시 40분 쯤 됐다. 남아 있는 커피를 확인해 봤는데, 이 정도면 오전 중에 동 날 것 같다. 별 수 없지만 시라기 씨, 카스텔투로 지하 창고에서 생두 좀 갖고 오시지 말입니다. 문은 제가 앱으로 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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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겨우 도착했네. 뛰어 오느라 죽는 줄 알았다. 어찌됐든 시계를 바라보니 8시 55분. 겨우 도착해서 보니 양말은 이미 발목까지 내려와 있었다. 바로 옆에 벤치가 있으니 고쳐 신어야지. 겨우 양말을 고쳐 신고 자원봉사자 대기실에 도착했더니, 이미 많은 또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 슬슬 출석 확인해 볼게요."

담당 직원 분(여기 직원인 듯 하다)이 또래들의 출결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순서는 당연하듯 50음도 순이고, 예정된 자원봉사자의 수는 어림 잡아 50명 남짓. 처음으로 불리는 이름은 안도(安藤), 그 다음이 이시카와(石川), 에도가와(江戸川)였다. 그 다음은 카카즈(嘉数), 킨다이치(金田一), 그리고 콘도(近藤) 순. 사카키(榊) 다음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곧바로 나는 거수로 답했다.

"어, 사쿠라다 양. '사쿠라다 미사키' 맞죠? 어라? 한 명은?"

네? 성이 같은 또래가 있던가?

"이름이 '사쿠라다 미사키'이긴 한데…."

설마, 또 다른 '사쿠라다'라면….

"늦어서 죄송합니다."

뒤늦게 익숙한 목소리의 누군가가 대기실을 찾아왔다.
아? 아?!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