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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어요. 미사키 님."

공연이 무사히 끝나고, 미사키는 곧바로 우리한테 캔음료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그리고는 먼저 캔을 따고서는 한마디를 던졌다. 언제쯤 브레이크 아웃을 극복했냐고.

공식적으로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난 여름 때부터 상당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 카페에 들렀을 때부터 말이다. 그 당시에는 너무 오랫동안 분신들을 풀어놓고 있었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만, 도영 오빠의 도움으로 다시금 회복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이 끝나자, 미사키는 보여줄 것이 있다며 미리 챙겨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 무언가에는 중학교 시절의 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첫장에는 '평범한 사람이 즐겁게 사는 나라'라는 슬로건이 쓰여 있었다. 내가 선거에 뛰어드던 그 시절에 배포한 선거공보 책자이다.

책자를 펼치자마자 내가 그 동안 겪어 왔던 일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의 능력이 어떻게 발현되었는지, 나의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서 국민에 헌신할 수 있는지. 그런 정보들이 이 책자에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미사키는, 정말로 나를 동경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미사키는 나를 동경하기만 해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미사키를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가 필요하다. 그가 누구냐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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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의 이름과 용건을 말씀하십시오."

사쿠라다 미사키, 카스텔투로 팀장 이도영 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부모님의 허가를 받아서 간만에 제대로 된 외출을 해 보았다. 밤이 추우니 늦어도 12시 까지는 돌아오라는 조건을 달아 놓으셨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이름과 용건은 분명히 말했는데, 유난히 응답이 늦어지고 있다. 고장이라도 났나?

"이전 방문자 '사쿠라다 미사키'와 목소리가 다릅니다. 확인이 필요합니다. 요청이 거절되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미 미사키 님이 등록되어 있으니 동명인인 내가 등록될 리 없다. 혹시나 해서 버튼을 한번 더 눌러 봤지만, 한번 울린 벨은 누군가가 열어주지 않는 한 다시 응답하지 않나보다. 그렇게 약간을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나를 맞이한다.

"어, 미사키?"

이도영 씨가 아니라, 미사키 님이시다. 미사키 님은 나를 보자마자 곧바로 들어오라 하고서는 나를 2층으로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그 2층에는 테리토리오의 점장이 편한 옷차림으로 휴대용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 내일은 생명사랑 밤길걷기 서울 활동 참가 예정인 관계로 조기 연재합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