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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지?

눈을 뜨고 처음 본 것은, 딱 봐도 카스텔투로의 것이 아니다. 옆을 바라봤는데, 봉 같은 것이 놓여 있다. 링거도 꽂혀 있는 걸로 봐서 여기가 병원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나저나, 어젯밤에 쓰러진 이후로 기억이 없다. 술도 마시지 않았건만 필름은 뚝 끊겨 있었다. 필름이 끊기기 전의 마지막 기억은, 내가 하루카한테 도움을 요청한 것 뿐이었다. 전후사정을 따져보면, 분명 그 녀석이 앰뷸런스를 불렀으리라.

어젯일의 부작용 때문인지, 머리가 여전히 지끈지끈 아파온다. 이런 두통이 왔다 하면 보통 진통제 한 알 먹고 푹 자는 게 상책인데, 요즘 들어서는 그런 처방도 안 먹히는 일이 터지고 있다. 한참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나보다는 앳돼 보이는 간호사가 링거 호스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무색의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지자 혈관에는 고통이 전해졌다.

"괜찮으신가요?"

내 안색이 좋지 않은 건지, 간호사는 만졌던 링거 호스를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는다. 이제야 안정된다.

여기가 어딘지를 간호사한테 물어봤다. 간호사의 설명이 맞다면, 여기는 '정신 종합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의료원, 다시 말해 왕립 의료원이다. 그러니까 왕실 자제들의 치료나 간병 같은 건 전부 여기서 도맡아 한다는 거다. 몸을 움직이려 해 봤지만, 안정을 취하라는 간호사의 말에 잠시 주춤했다. 아니, 저는 그저 화장실을 가고 싶었는데 말이죠.

1인실의 창가를 장식하는 마지막 잎새가 위태롭게 나무가지에 매달리고 있는 동안, 나는 절대적인 안정을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급하게 실려 왔으니 스마트폰이고 뭐고 없지, TV는 절대안정이랍시고 코드가 빠져 있지. 끽해야 소형 냉장고 정도만이 나의 시각을 위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백색의 위로 마저 나한테는 뭔가 아닌 듯 싶었다. 명상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절대안정이라는 말에 끝내 굴복하고 말았다. 아무것도 안 하기는 싫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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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의 이름과 용건을 말씀하십시오."

사쿠라다 하루카, 이도영 님의 병문안과 관련해서 왔습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엊저녁의 일은 다른 사람들이 보면 단순한 빈혈로 비칠 수 있었지만, 도영 형은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먹기에 절대로 빈혈에 걸릴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도영 형을 억누르고 있었던 것은, 나에게 나타난 정다면체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응급실에서 심전도 등을 검사했지만 모두 정상, 하지만 뇌파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고 환상 역시 사라지지 않았기에 정신 종합 검진 센터에 입원되었다. 도영 형은 그럴만도 했다.

"사쿠라다 하루카 님, 환영합니다."

평상시 같았으면 출입이 거절됐을 판인데, 갑자기 굳게 닫힌 문이 열렸다. 어제 급하게 구급차를 불렀으니, 오늘은 천천히 도영 형한테 갖다 줄 수 있는 것을 찾아봐야 되겠다.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 앞으로도 연재는 오후 9시에 진행됩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