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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영 형은 무사히 센터까지 실려 올 수 있었다. 진통제가 처방된 덕에 환시는 제 힘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더불어 도영 형 역시 편하게 누워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주변의 대화가 신경쓰인다.

"바이탈은?"
"혈압 정상, 맥박 정상입니다."
"처방은?"
"일시적 흥분으로 인하여, 진통제를 처방했습니다."
"그 외 이상징후는?"
"특수능력이 잠재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젠장. 그걸 해야 되냐."

게다가 스물스물 환시가 다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간호사가 진통제 재차 처방을 건의했지만, 의사가 곧바로 말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도영 형을 실은 침대를 특수검사실로 이송했다. 말이 검사실이지, 생김새를 보면 영락없는 수술실이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붙어 있는 문 앞에서, 나는 하염없이 창문을 통해 도영 형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지켜보았다. 도영 형은 나에게 큰 도움을 주었건만, 그런 형을 내가 도와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프다. 아니, 슬프다기 보다는 화가 난다. 울화(鬱火)를 삼키지 못해 '브레이크 아웃'이 도질 뻔했던 30분이 지나고, 의사가 드디어 검사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의사의 말에 겨우 집에 돌아갈 수 있었건만, 집에 돌아가고 나서도 울화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도영 형이 갖고 있을만한 능력을 추측해 보았다. 하지만 몇 번을 해 봐도 해(解)는 나오지 않았다. 전례가 없는 특수능력이라서 그런지 답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계산을 중단하고 잠자리에 들려 했지만, 나를 지배하는 상황은 수면을 전혀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숨의 잠도 못 잔 채 도착한 곳은, '2번 병실'이라 쓰인 이 곳. 바로 도영 형의 병실이다. 하지만 지금 도영 형은 검진 때문에 부재중이다. 문을 열려 했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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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머리통을 둘러싼 수 많은 전극들이 나의 생각을 서서히 읽고 있다. 전극들의 차가움이 성가시긴 하지만 화가 나지는 않는다. 일단 의사의 지시대로 천천히 생각에 잠겨본다. 폐하는 증인 자격으로 의사 옆에 서 계신다.

"천천히, 고래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세요."

고래의 이미지라. 눈을 감고 천천히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눈 앞의 어둠 속에서 화려하게 춤을 추고 있는 수정 고래가 있다. 이번엔 나비를 떠올려 보라는 주문. 서서히 나비를 떠올려 보았다. 나비가 쓸쓸해 보인다. 그래. 민들레 꽃밭에 놓아두자. 기분이 좋아진다. 어느새 내가 민들레 꽃밭을 날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비와 민들레 꽃밭을 빼고는 새까맣기에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훨훨 날고 있다는 느낌은 짜릿하다.

나는 꿈 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꿈 속에서 내가 된 것인가.

그런 건 지금 내 관심 밖이다.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