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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군요."

내 옆의 의사가 처음으로 본 반응이다. 검사실을 떠돌고 있는 고래의 모습에 넋을 잃었으니 당연하다. 나도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고래의 모습에 넋을 잃고 있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카메라 들고 찍어봐야 되겠다. 하지만 고래의 모습은 나의 망막을 통해서만 보일 뿐, 카메라에는 전혀 찍히지 않고 있었다. 아직 환시를 카메라에 심기에는 능력이 모자란 건가.

짧은 한숨을 쉬고 나서, 고래의 모습을 다시 살펴보았다. 어제의 도영 군과는 전혀 딴판의 모습이다. 그 와중에 의사는 나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어떤 것을 떠올리게 할 것인지를 말이다. 나는 단 한 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나비'라고 대답했다. 음절의 묶음이 마이크를 통해 전해지자, 고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나비 한 마리의 모습이 검사실에 나타났다.

나비의 모습이 다소 쓸쓸해 보이던 그 순간, 갑자기 검사실 바닥에 민들레의 모습이 펼쳐졌다. 그러더니 나비는 민들레 하나를 골라 앉았다. 그러더니 어느새인가 나비 여러 마리가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제각기 다른 민들레 꽃에 앉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완벽하게 최종검사를 통과한 셈. 의사는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생각하고, 마이크를 통해 도영 군에게 검진이 끝났음을 알렸다.

검진이 끝났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나비들은 폭풍이라도 맞은 듯 검사실을 비추던 창 밖으로 사라졌다. 이어 검사실 바닥을 채우던 민들레 꽃밭도 사라져, 이제는 평범한 타일 바닥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에 넋을 잃고 있던 찰나,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책상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던 휴대폰이 바닥으로 떨어진 소리다. 충격 완화 케이스가 있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먼 깨질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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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 형의 능력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으려나.

환시? 현실조작?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
설마, '신의 위엄'(神威)인 건 아니겠지?

환시 능력일 확률, 50.18 퍼센트.
현실조작일 확률은 40.16 퍼센트.
신위(神威)일 확률은 3.15 퍼센트.

나머지 확률은 아직도 혼돈 속에 있다.
어쩌면 '또 다른 무언가'로 수렴될 것 같다.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