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

갑자기 봉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나를 쳤다. 눈을 떠 보니, 바로 앞에 비치된 의자에 부딪힌 것이다. 얼마나 졸았던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저 시곗바늘은 오전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30분 졸았던 건가. 눈을 씻고 보니 여전히 10시 30분이다. 환시라 하면 정신 차리면 사라지겠지만, 환시가 아닌 이상 팩트로 받아들여야 되겠다. 확실히 나는 30분 동안 눈을 감은 것이다.

"도영 군. 거기 있었는가."

TV 앞에 앉아 있던 나를 뒤에서 부르신다. 당황하지 않을 리 있겠는가, 황급히 일어났다.

"도영 군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먼. 두 달은 됐을텐데 말이야."

아, 창피하다.

병원에서 왕궁 까지는 도보로 20분 남짓. 여기에 근처에 하천도 있어서, 바람이 차다는 것만 빼고는 산책 코스로 손색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었다.

폐하는 언제부터 아우라를 읽기 시작하셨습니까.

폐하는 곰곰히 생각하시더니, 눈을 뜨자마자 당신(當身)의 사정을 읊조리기 시작하셨다.

250

감정분석(感情分析), 딥 소트(Deep Thought).

사람의 아우라를 통해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

내가 아우라를 읽는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불과 사흘 전의 일이었다.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 역시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비선실세가 득세하고 왕의 지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능력을 얻은 내가 처음으로 본 모습은, 검은 아우라에 삼켜진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그 불길한 예감은 바로 다음날에 현실이 되었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사과를 깎으시다 손을 다치셨는데, 피가 전혀 멈추지 않아 응급실에 실려가셨다. 그리고 검사 결과 진찰받은 병명은 후천적 혈우병. 게다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이미 많은 부분에서 내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특히 췌장이라는, 당시 꼬꼬마에겐 전혀 생소한 부위에서 출혈이 발생하였다고. 의사 분들이 한 나절의 노력을 기울였건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나 역시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어머니를 삼키려 했던 사신(死神)의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을 뿐이었다. 사신이 어머니라는 이름의 이삭을 수확한 뒤로, 나는 관저에서 단 한발짝도 나오지 못했다. 아니, 나오려 해도 주변에서 나오는 검은 아우라 때문에 나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 날, 훗날 도영 군이 태어났던 그 땅에서.
그 땅의 지도자가 될 사람이, 국민에게 내란 프레임을 씌우고 무참히 살육(殺戮)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진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