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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는 크게 서정시, 서사시, 극시로 구분된다. 현대문학에서 말하는 시는 주로 서정시에 한정되며, 신이나 영웅의 일담을 노래하는 서사시는 훗날 소설이라는 형태를 파생시켰다. 행동으로 행동을 모방하는 극시는 당연히 훗날 연극이라는 형태로 파생되었다. 이와는 다른 제4의 형태로 교훈시라는 게 있는데, 이건 지식이나 교훈 등을 전달하기 위한 시이다. 때문에 초창기에 쓰였던 것들은 전부 시(詩)였다 봐도 좋다.

내가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단 하나다. 요네자와가 쓴 가사에서 시(詩)라 볼 수 있는 게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교훈시였다면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을만한 과정 같은 게 떠올라야 하고, 극시였다면 머릿속에서 무대가 그려져야 한다. 서정시라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서사시라면 신이나 영웅의 용감한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 하지만 요네자와가 쓴 언어에는 그런 게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시적 감각으로 봤을 때, 요네자와의 글은 순 엉터리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직접 전달할 수는 없었다. 여러가지 사정도 있고, 나도 상처 받기 쉬우니까. 그래서 요네자와 한테는 이 모든 것을 함축한, 단 하나의 단어만을 전달했다. 하지만 요네자와는 아직 이해를 하지 못한 듯한 눈빛을 보이고 있다. 한참을 머뭇거린 끝에 시가 무엇인지 나에게 답하였지만,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답변이었다. 진부하다.

하는 수 없다. 직접 보여줘야 무엇이 문제인지 드러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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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직접 보여줘야 되겠네."

시(詩)가 무엇인지에 대해 성심성의껏 답변을 했지만, 답변을 들은 도영 씨의 반응은 냉정하기 짝이 없었다. 노래를 쓰고 불러야 할 가수 주제에, 정작 시에 대한 생각은 교과서에 틀어박혔다는 말이 내게 비수가 되어 꽂혔다. 한 방 먹었다 싶은 순간, 직접 보여주겠다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나저나 직접 보여주겠다니, 어떤 것을 말이죠?

"최근에야 알아낸 것이지만, 사실 나도 라이토 처럼 특수능력이 있어."

대대로 특수능력을 지닌 사쿠라다 가문도 아니고 그저 평범해 보이는 남자가 손을 뻗자, 내 눈 앞에서 장관이 펼쳐졌다. 눈 앞에 펼쳐진, 설원의 모습. 그리고 도영 씨의 손바닥을 햇빛 삼아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모두에게 보이는 것인지 마츠오카 씨도 깜짝 놀란다. 나는 곧바로 사장님께 알렸지만, 사장님은 무슨 헛것을 봤냐며 부정하신다. 이에 도영 씨도 한마디를 남긴다.

"미안, 아직은 능력이 불완전해서."

그리고는 설원 속 마을을 다시 손 안으로 숨겨둔다. 아무래도 여기에서 보여줄만한 것은 아닌 듯, 도영 씨는 잠시 다른 곳으로 가자고 나에게 권유한다. 잠깐만, 다른 곳이라면?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번역청을 설립하라> 국민청원을 향한 지지가 매우 부족합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바랍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