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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이후로 아직 떠올릴 것이 남았는데, 아직은 내 능력이 쫓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했나보다. 식은 땀이 솟구치고 있다. 쓰러지기 전에 능력을 거두어야 했었지만, 그럴 생각을 하기도 전에 능력이 중단되었다.

"괜찮으세요?"

아직은 무리인 것 같아, 요네자와. 일단 심호흡을 하고. 다시 시도. 하지만 머릿속은 새카만 공허만이 남아 있었고, 동상 이후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떠오르지 못했다. 기껏 생각의 실을 쫓아갔건만, 그 끝에는 블랙홀이 자리잡고 있었다.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는 건 싫으니, 실을 잡고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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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안 되겠다."

다시금 한숨을 쉬는 도영 씨. 그리고는 자리를 나서며 굳게 잠겨 있던 문을 다시 열었다. 점장이 가게 문을 다시 열자, 가게에는 다시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비가 그쳤음을 알아챈 점장은 곧바로 자신이 손 안의 세상을 보여주지 못한 것을 하늘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우리 둘의 커피 값은 한푼도 받지 않은 도영 씨. 고작 하찮은 능력을 보여주려 카페 문을 닫았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그렇게 테리토리오 데 레온토도 라는 카페에서의 일은 종료.

"… 뭔가 느꼈어, 사치코?"

차마 대답하기 어려운, 마츠오카 씨의 질문. 확실히 도영 씨에게는 나에게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미지를 그대로 기억하고, 그것을 손 안에서 흉내낼 수 있는 능력.

소속사로 돌아가면서, 나는 도영 씨의 능력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것은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능력이 없으면 백날 노력해봤자 헛수고.

그렇다. 나의 노력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다. 돌아갈 수 없으니 어떻게든 가야 한다. 적어도 그 능력을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방법은….

마츠오카 씨, 잠시 비디오 렌탈할게요.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