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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어디선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눈을 비비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5시 25분. 주변을 둘러보니 미사키는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 위에 누워만 있었다. 뒤척이는 것을 보니 이제 막 잠을 청하고 있는 것 같다.

응애.

또 다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아직 작다.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나저나 오늘도 부모님은 왕궁에 계시지. 오늘은 내가 밥을 해야 되겠다.

응애.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도 세번째다. 이번에는 확실히 소리가 선명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 집에는 갓난 아이가 없는데 말이지. 가장 어린 시오리는 이미 여덟살이고.

순간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갓난 아기'? 선명한 소리? 분명 우리 집에 갓난 아기가 있다는 말인데.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는 적어도 '될 수 있는' 사람은 있지.

그 말인 즉슨.

히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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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라는 핑계로 문을 닫은 탓에 브레이크 타임을 반납하고 논스톱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5시 40분, 이제 슬슬 정리할 때가 되었다. 곧 크리스마스라는 듯 주변에선 캐롤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 지나간 기상현상 때문인지 근처를 배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지막이 될법한 손님이 방금 따듯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시티 로스트 원두 한 봉지를 주문했다. 평소 에스프레소는 미리 내리지 않는 게 원칙이니 만큼, 딱 한 샷 될법한 커피 원두를 갈아냈다. 원두를 포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볶아 놓은 원두를 200 그램 씩 나눠 포장하고 매일 정해진 양 만큼만 사용하는 식이다. 원두가 모자라면 포장해 놓은 것들을 추가 투입하고, 반대로 남아 돌면 다음날 팔지 않고 대신 집에 가져간다. 그런데 오늘은 집에 가져가야 할 양이 너무 많다. 어찌됐든 사실상 마지막 잔을 대접하고 잠시 남는 시간에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어라? 부재중 통화가 3건, 여기에 문자가 1건 있다. 둘 다 같은 번호에서 보낸 것이고, 내가 착각하지 않은 한 '하루카'라 읽을 수 있었다. 통화 기록을 보니 10분은 지난 것 같다. 그리고 문자는 약 5분 전에 수신.

'긴급!'

문자의 내용은 딱 이것 뿐이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하고 폰을 잠시 테이블 위에 놓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누군가한테서 알림이 왔다. 이번엔 메신저다.

'큰일났어!'

미사키의 다급함이 묻어나는 메시지, 당장 자기 집으로 와 달라는 요청이다. '~요'라는 말도 생략한 것으로 보아, 정말로 급한 게 생긴 모양. 그 다음 메시지는 읽을 틈도 없었다.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