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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라, 하루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사쿠라다 로얄 패밀리에 큰일이 터지고 말았다. 이번 사태의 주인공은 히카리. 내가 수집한 정보가 맞다면 분명 사쿠라다 히카리를 지칭하고 있으리라. 예상했던 3번째 타깃이 정신적 공격을 받고 있다는 말도 된다.

하지만 난 아직 히카리의 능력은 모른다. 요네자와가 하나도 알려주지 않아서 그렇지. 아니, 요네자와 녀석은 히카리의 능력을 알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알았다 해도 알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 대체 무슨 능력이길래 저렇게 호들갑인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공황장애 같은 것에 빠진 거라면 모를까, 히카리에게는 미사키 네 식구들과 마찬가지로 특수능력이 있다. 공황장애가 특수능력을 만나면 분명 최악이다.

그나저나 한시가 급한데 나는 아직 이 나라에서 차를 몰 수 없다. 차를 몰고 싶어도 면허가 있어야 말이지. 별 수 없이 버스를 타고 있건만, 이 버스는 아주 뺑이를 친다. 짜증나게시리, 그냥 내가 면허 따서라도 차를 몰고 만다. 게다가 이 폐기 원두의 냄새는 대체 어떻게 막으라고. 밀폐용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용기에 넣었건만, 용기에서 새어나오는 볶은 콩의 냄새가 버스에 울려퍼지고 있다. 냄새가 좋아서 그런지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는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나저나 집 근처까지 대체 몇 분이나 걸리는겨. 한 순간을 참지 못해 앱을 켜놓고 보는데, 아직 43분이나 남았단다. 대충 7시 반 쯤은 되어야 도착인 건가. 레온토도 녀석한테 미리 알려줘야 되겠다.

오늘은 늦을 것 같으니까 미사키나 하루카 오면 바로 열어줘.

나도 메신저 띄워야 되겠다. 남매한테 알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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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당황스럽다. 하루카와 내가 필사적으로 히카리를 달래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하루카, 방법 없어?

"나도 모른다고."

짜증 섞인 말을 내뱉는 하루카,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갑작스레 변해 버린 하루카의 모습에 당황했고 순간 히카리의 울음도 뚝 그쳤다. 그런 정적을 깬 것은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카스텔투로 준비됐음. 벨 누르면 알아서 열어줄 거임.'

도영 오빠가 보낸 메시지다.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글자들 뿐이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카스텔투로에 가서 신원만 밝히면 된다는 얘기다.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