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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키·하루카 남매한테 메신저 메시지를 띄우고 스마트폰의 화면을 다시 홈으로 돌려 놓았다. 레온토도는 진작에 호출해 두었다. 이제 남은 것은 내가 카스텔투로에 가는 일이다. 하지만 신호가 2번이나 바뀌는데도 정체는 계속되고 있다. 근처에서 교통경찰 몇 명이 수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꽉 막힌 상황인지라 방향을 틀기 조차 어렵다.

포기라도 한 듯 사람들이 하나둘 내리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버스 기사 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을 열어줄 것 같지 않다. 한참을 커피 콩 냄새와 동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순찰을 돌던 교통경찰이 앞문을 두드린다. 앞문이 열리고 경찰이 버스 기사한테 하는 말을 엿듣고 있었는데.

불과 몇 분 전에 땅꺼짐이 일어났단다.

경찰의 말로는 2미터 쯤 된다지만, 차가 다니기에는 매우 위험하다. 설명을 듣고 난 뒤 사람들이 하나둘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한다. 나도 곧장 커피 원두를 들고 내렸다. 오늘따라 도무지 되는 게 없다.

스마트폰으로 확인해 보니, 집 까지는 앞으로 도보 3시간. 이럴 거면 차라리 택시를 잡고 가는 게 낫다 싶지만, 안 그래도 땅꺼짐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일어난지라 택시를 잡는 것도 엄청난 일이다. 이 쪽 지리는 완전 문외한인지라, 다른 정류장에서 갈아타는 것도 힘들다. 그냥 뚜벅이 처럼 걷기나 해야지.

조금 걷다 보니 땅꺼짐이 일어난 곳에서는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수도관이 터짐과 동시에 땅이 주저앉은 것 같다. 차를 잃어버린 듯한 남자는, 젖은 양복의 재킷을 벗어 힘껏 털고 있다. 바로 옆의 여자는 부상이라도 당한 듯 자리에 누워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멀리서 구급차 소리가 들려오기는 하지만, 어디에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당장은 이럴 시간이 없어 보인다. 우선은 '히카리'라는 자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다. 어떤 것을 먼저 해야 할지는, 순전히 일심(一心)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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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투로로 가는 도중 히카리의 목소리가 다시 시끄러워졌다. 때문에 출입하는 것도 꽤나 큰 일이 됐다. 5분 동안 출입 시스템과 실랑이를 한 뒤 겨우 들어간 곳은 2층에 자리잡은 놀이방. 도영 형이 보유하고 있는 게임기는 모두 여기에 모여 있다. 애석하게도 갓난애가 된 히카리를 위한 장난감은 없다.

히카리를 어르고 달래는 일은 미사키 담당. 때문에 미사키는 분신들을 불러올 수 없다. 그렇게 우리 둘 만이 남겨져 있는 상황. 게다가 시계는 벌써 8시를 가리키는 데도 도영 형은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사키의 휴대폰을 빌려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이게 전부다. 잠시 후 다시 걸어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대체 도영 형에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유일한 가능성은 퇴근 도중에 다른 일이 생겼다는 것. 그것이 무엇인가 하고 TV를 틀어 보았는데.

번화가 내 사거리에 싱크홀이 생겼다는 소식과 함께
도영 형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업고 있었다.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