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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얘가 사쿠라다 히카리… 라는 말이지?"

도영 형이 갓난아기를 가리키며 처음으로 하는 말이다. 그 갓난아기가 히카리인 것을 매우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고개를 세로로 끄덕였다. 그리고는 몇 살이냐는 도영 형의 물음. 그 물음에 나는, 도무지 갓난아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나이를 대답했다. 도영 형의 표정이 이내 구겨지고 만다.

"진짜?"

믿을 수 없다는 도영 형의 표정. 급기야 대체 무슨 능력이 있냐고 따지기에 이른다. 울음을 터뜨리려는 히카리를 겨우 진정시키는 미사키의 모습이 안쓰럽다.

이제야 제대로 말할 수 있겠네. 히카리의 특수능력은 '갓 핸드'. 생물체의 생체시계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신의 생체나이 역시 조작할 수 있기에, 스스로 어려질 수도 성숙해질 수도 있다. 다만 그 지속시간은 24시간으로 고정, 여기에 육체가 성숙한 만큼 마음이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육체와 정신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 방금 육체와 정신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했지? 그 말인 즉슨, 히카리의 마음은 아직 그 나이로 남아있어야 하는 건데 말이야. 그런데 지금의 히카리는 말을 제대로 하기는 커녕 진짜 갓난애라도 된 것 처럼 옹알이나 하고 울고 있을 뿐이고. 아무리 봐도 수상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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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말이지. 지금 히카리는 몸은 갓난애인데, 마음은 14살이란 거지? 그런데 지금 히카리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뿐이고?

하루카가 긍정하자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생각을 정리하려면 두가지 가설만 빼고 다 치워야 되겠다. 첫번째, 말은 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옹알이 정도 밖에 못 하는 것일 수 있다. 이게 그나마 나은 쪽이라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두번째는 조금 심각한 것인데, 너무 오랫동안 공황에 빠지다 못해 정신마저 퇴행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단순히 계산해도, 지금 히카리의 정신연령은 12살로 퇴보했다는 말이니까. 아니, 그 보다도 더 퇴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시가 급하다. 바로 도움을 줄 수 있을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방금 떠오르기는 했지만, 시계는 벌써 9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밤이 더 깊기 전에 빨리 통화해야 한다.

요네자와 사치코, 얘라면 히카리의 사정을 잘 알고 있을 터. 안 그래도 매니저와 함께 전화번호를 받아 놨으니, 걸어 봐야 되겠다.

'여보세요?'

나, 카스텔투로 팀장 이도영. 지금 히카리, 아니, 라이토와 관련해서 볼 일이 있어.

'볼 일이라뇨? 이제 집으로 가려 하는데….'

별 수 없이 매니저를 찾아야 했다. 매니저를 바꿔달라 하자, 잠시 뒤 아직은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마츠오카 라는 매니저는 곧바로 히카리와 관련해서 큰 일이 있었냐고 물어본다. 라이토와 관련해서 큰 일이 벌어진 거냐 묻는 매니저. 맞습니다. 엄청나게 큰 일입니다. 히카리가 갓난 아기가 돼서, 그것과 관련해서 의논할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러자 알았다고 하고서는 곧바로 달려가겠다 하는 매니저, 그리고 통화 종료. 그리고는 참았던 한숨을 내뱉었다. 미사키의 품에는 여전히 갓난아기 상태로 있는 히카리가 있었다.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