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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리가 갓난아이로 변한 시각은 어림잡아 오후 5시. 지속시간을 감안하면, 히카리는 내일 오후 5시 쯤 되어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내일이 일요일이긴 하지만, 나와 미사키는 할 일이 많다. 우선 내가 해야 할 일은 서류 정리, 미사키는 귀빈 접대. 더불어 도영 형이 해야 할 일은….

"뻔하지 뭐. 커-피."

도영 형의 단언대로, 커피를 비롯한 음료 대접이다. 하필이면 귀빈 방문이 그저께 갑자기 잡힌 바람에 말이지.

"때문에, 내일은 새벽같이 일어나야 된다."

짜증이라도 난 투로 한마디 내뱉는 도영 형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게 그 동안 쌓여 있던 불평불만의 시작이었다. 그 동안 만났던 진상 손님들에 대한 불평부터 갑작스러운 귀빈 방문에 의한 스트레스, 여기에 혼자서 넓은 가게를 운영해야 하는 중압감 까지. 약 7주 간의 이야기가 도영 형의 입에서 술술 나오기 시작한다. 히카리가 듣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도, 그만 둘 수는 없더라."

담배라도 피우고 싶어했던 도영 형이었지만, 형은 애초에 담배를 싫어한다. 그 대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마신다. 맥주를 원샷으로 마신 도영 형은 곧바로 잠자리에 들려 했는데.

"뭐여. 마츠오카 씨?"

휴대폰 화면을 보고서는 곧바로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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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오카… 씨? 거기에 요네자와?

하루카 한테 온갖 불평불만을 털어놓고 나서 한 잔 하고 자려는데, 오늘 안으로는 안 올 줄 알았던 마츠오카 씨가 떡하니 와 있었다. 거기에 요네자와는 무슨 일로 왔대? 부모님 허락은 받았어?

"부모님도 곧 오실 거에요."

맙소사. 부모님까지 카스텔투로 행이라니. 아무튼 둘 다 들어와요. 기왕 왔으니 뭐라도 해 줘야지. 그렇게 1층에 손님 셋이 자리잡고, 녹차를 대접하기에는 시간이 늦었으니 별 수 없이 홍차 잎을 꺼내고 있었다. 홍차 우릴 물을 끓이려는 찰나 레온토도 한테서 알림이 하나 도착했다. 요네자와 네 부모님이시다.

대문을 열자마자 딸의 안부를 묻는 부모님, 평소보다 늦으니 걱정되는 건 당연하다. 그런 부모님을 향해 사치코가 나서고, 곧바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냥 들어가야 되겠다. 따라 나온 매니저 한테도 일단은 들어가자 했다.

일이 이렇게 커진 이상, 간만에 제대로 된 카스텔투로 일을 해야 되겠다. 이전에 사쿠라다 미사키(평민)를 팀으로 끌어들인 것에 이어, 이번에는 요네자와 사치코를 팀으로 끌어들여야 하니까. 게다가 팀장이라는 이름 하에 사치코한테 숙식을 제공해야 하니, 부모님 동의도 확실히 받아 둬야지. 시계를 보니까 이미 10시 반을 지나 있기도 하고.

그렇게 잠시 사치코 네 부모님의 허가를 받고 나서 자리잡은 곳은 손님 방. 그 동안 제대로 활용된 적이 없었던 지라 먼지가 조금은 쌓여 있다. 게다가 난방이 덜 되어서 그런지 조금은 차다. 히카리를 위해서라도 불을 때야 하는데 말이지. 아무튼 이런 일은 레온토도한테 맡겨 두고. 그리고 이 집에는 침대라는 게 내 방에 있는 것 밖에 없으니, 그냥 이불이라도 줘야 되겠다.

아무튼 그렇게 사치코한테 방을 내 주었다. 히카리도 같은 방에서 잔다. 미사키하고 하루카 한테는 많이 늦었으니 들어가라 해야지. 내일은 내가 일찍 나가야 되니까, 우선 레온토도한테 예외 처리를 해 달라 해야 되겠다. 어디 보자, 메뉴가…. 찾았다. 됐어. 둘은 이제 가도 좋아.

그나저나 정말 다이나믹한 하루였다. 빨리 자야지.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