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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눈을 떠 보니 햇살이 창가를 통해 나를 적극적으로 깨워주고 있었다. 슬슬 일어나야 할 시간이네. 그나저나 도영 씨는 일찍 나간다 했으니 지금 쯤 없는 것 같고. 문득 휴대폰을 바라보니, 시계는 7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잠들기 전만 해도 있었던 라이토가, 눈을 떠 보니 없다. 밤새 누가 납치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사라졌다. 순간 1년 전의 불안감이 다시 떠오를까, 나는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계속 라이토의 이름을 찾아도 없었다. 온 방문을 열어봐도 없었다. 화장실을 둘러봤는데, 수건 하나가 대충 널브러져 있다. 그렇다는 건 1층에 있다는 건가.

1층에 내려가다 보니 누군가가 요리를 하고 있다. 잠옷을 입은 채로 요리를 하고 있는 녀석은 대체 누구인가 하고 살짝 내려다 봤는데, 얼핏 봐서는 라이토 같아 보인다. 하지만 1년 동안 만나지 않았던 사이라 얼굴은 가물가물하다. 그래서 잠시 옆 자리를 차지했는데….

라, 라이토?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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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이게 무슨 난리람. 해뜰녘 사이에 편의점을 다녀온 미사키가 온갖 물건을 내려놓는다. 기저귀며 공갈 젖꼭지며, 심지어는 젖병까지. 진짜 미사키는 히카리를 작정하고 키울 심산이었나보다. 그리고는 카스텔투로나 가자고 난리를 친다.

분신들이랑 같이 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을 해 보았지만, 귀찮다는 말 한마디로 응답의 핵심을 끝내는 미사키. 무엇보다도 벨, 부부가 또 다른 짐이 되는지라 힘들다는 식으로 투덜댄다. 둘만 빼고 나머지만 꺼내도 되는 일이겠지만, 미사키가 꿀밤을 박을까봐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아무튼 간에 걸어서 1분 거리, 카스텔투로에 도착하긴 했다. 미사키는 여전히 봉지를 들고 있는 탓에, 벨을 누르는 건 내 몫. 벨을 누르자 잠시 동안 익숙한 멘트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갑자기 멘트가 끊긴다. 그리고는 대문이 저절로 열렸다. 분명 도영 형이 적절하게 처리했을텐데, 이렇게 빨리 반응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대문이 열리는 모습은 어째 자동 같지 않다. 대신 대문 뒤에서 사람의 모습이 비치고 있는데….
그런데….
응? 히카리?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