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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히카리가?
히카리가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영상통화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갓난아이였던 히카리는, 이제 다 큰 모습으로 내 휴대폰 화면을 비춰주고 있었다. 비록 영상통화일 뿐이지만, 이렇게 된 것도 다행이다.

귀빈 맞이에 바쁜 왕궁이지만, 덕분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해 뜨기 전에 숙성해 놨던 커피를 그라인더 통에 옮겨 담는 것도 즐겁다. 사전에 모집해 둔 국민도 올 것이기에 많이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건 즐거운 거다.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싱글벙글 하는 모습을 보았는지 말을 거는 시라기 씨.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됐으니 매니저 분한테도 통화해야 되겠다 싶었는데, 왜인걸. 통화중이다. 좀 있다 다시 해야 하나. 에잇, 관두자.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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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겨우 카스텔투로에서의 소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다. 라이토는 무사하고, 덕분에 나도 한 시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짐이며 옷이며 어제 입었던 그대로. 여기에 외박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수고했다, 사치코. 그나저나 마츠오카 씨가 와 계시는데…."

응? 매니저 분이요?
마츠오카 씨가 내 방에 자리잡고 있다는 말을 듣고 곧장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를 반겨주는 것은 예상했듯 마츠오카 씨.

"사치코, 라이토의 일은 도영 씨 한테서 들었다."

라이토가 회복된 것은 내가 가장 먼저 지켜보았다. 그 사실은 매니저 분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지금 내가 듣는 것은 다시 서치☆라이트를 결성하고 크리스마스 전에 무대에 서는 것이다. 이미 나는 합동 라이브에 참가하기로 되어 있고, 거기에서 '체리 리프'라는 새로운 아이돌을 소개시킬 예정이었다.

이 모든 것은 라이토의 은퇴를 대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영원히 아이돌 계를 떠날 줄 알았던 라이토는 내 앞에서 다시 나타났고, 그 덕택에 마츠오카 씨는 라이토를 다시 무대에 내세우기 위한 계획을 짜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뜬금없이 라이토를 다시 내보내기에는 어려움이 많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데, 사치코. 커피 봉지 안에 이런 쪽지가 있었더라."

그리고 마츠오카 씨가 준 의문의 쪽지. 쪽지에는 알 수 없는 글자로 된 글귀가 있었다. 분명 로마자로 쓰여 있기는 한데,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에스티스 루모, 에스토스 루미노'? (Estis Lumo, Estos Lumino)

그러자 또 다른 가명을 사용하자며 종용하는 마츠오카 씨. 어차피 나는 라이토의 본명을 알고 있으니 개의치 않다. 하지만 매니저 분의 생각은 도통 알 수 없다. 또 다른 가명이라니.

"나도 생각해 둔 게 있거든."

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