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등장! 아메리카노 걸스!
Aperinte! Amerikano-Knabino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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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쉬고 출근했는데, 기분이 영 상쾌하지는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들은 월요병이 있는데, 나는 월요병 대신 '화요병'에 걸려서 그렇다. 요즘들어 시야가 잔뜩 흐려져서 말이지. 게다가 어제는 겨울비가 쏟아져서 온 몸이 말이 아니다. 나이가 꺾이니까 빠르게 늙어가는 것 같다. 흰머리는 나지 않았을려나 걱정이 앞선다.

아무튼, 카페 테리토리오를 열고 손님 맞이를 시작했는데. 이게 웬걸, 벌써 여자 넷이서 롱 블랙을 시켰다. 비가 내려서 기온이 뚝 떨어진 마당에, 이건 무슨 해가 서쪽에서 떴나 싶었다. 게다가 한명은 파우치에서 뭔가를 꺼내들더니 테이블을 닦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물티슈였다. 생각해 보니, 요즘 들어 먼지가 많이 앉긴 했더라. 자주 청소했어야 했는데. 게다가 테이블이 밖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신경 끄고 에스프레소 4잔을 뽑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날 일부러 찾아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청혼 같은 것은 당연히 아니고, 사귀자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는 건, 대체 뭐지?

"저기, 아르바이트 지원하러 왔는데요."

알바? 내 알 바 아닙니다. 난 모른다니깐요. 여자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뜨거운 물이 들어 있는 종이컵 4잔에 에스프레소를 하나 씩 붓고 있었다. 하지만 여자는 여전히 물러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공고 보고 찾아왔는데…."

아오, 진짜. 알바 모집 안한다니까요.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아주 절친인 듯한 여자 넷이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내 능력이 발동해 버린 탓인지, 여자들의 미소를 후광이 감싸고 있었다. 이건 무슨 뚱딴지 같은 능력 발동이람. '브레이크 아웃'도 아니고. 정신을 차려서 겨우 후광을 쫓아낼 수 있었다. 아무튼 어찌된 영문인지는 집사부에 연락해 봐야 되겠다. 내가 공고도 않은 알바 지원생이 찾아왔다는 건 보나마나 집사부가 날 농단한 거다.

여보세요. 소와 씨, 알바 공고 안했는…
네? 공고를 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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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토리오 데 레온토도> 아르바이트 모집

~ 지원 자격 ~

경력: 무관
성별: 무관
연령: 20세 이상 (미성년자 불가, ☆사쿠라바☆라이토☆불가☆)
학력: 고등학교 졸업 이상

~ 모집 내용 ~

모집 직종: 커피전문점 - 바리스타
고용 형태: 아르바이트, 계약직
모집 인원: 0명
기타 사항: 친구와 함께 지원 및 근무 가능

~ 근무 조건 ~

근무 기간: 기간 협의
근무 요일: 요일 협의
근무 시간: 오전 8시 ~ 오후 7시 (휴게시간 1시간 포함)
복리 후생: 왕립 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초과근무수당, 휴일근로수당, 휴게시간, 통근 택시 제공 또는 교통비 별도 지급, 식비(식사) 지원 등
우대 사항: 외국어 가능자(에스페란토 가능자 환영), 바리스타 자격증 보유자, 경력 1년 이상 우대, 동반 지원 우대
근무지 주소: 왕실 집사부 인사팀 직속 카페, 테리토리오 데 레온토도
급여: 시급 2,200엔 이상 (매월 25일 지급)

(하략)

출처: 아카네 팬클럽 - 왕실 공지 게시판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