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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하고 비교하려면 보고 얘기하라는 개념글이 있길래 일단 인증함. 마! 이게 한국에 백 개도 없을 리얼 ㄹㅇ 포토티켓이다

좌우간 뭔가 나쁘다, 안 좋다라고 하기보다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음. 

개인적으로 리뷰 시 항상 스포를 하니 유념하길바람


 - 사상누각

 설정에 대한 얘기를 해 보는 시간. 초반 설정은 아무래도 좀 보자마자 납득하긴 힘들었는데, 혼란스러운 정세 속 남북이 통일해서 새로운 강자(웃음)가 될 것을 우려한 세계의 압박으로 경제난이 생기고 이에 통일을 반대하는 섹트가 활동을 시작했다... 는 설정이었는데, 뭐 사실 현실에서도 뜬금없이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분위기가 잘 풀렸다가 불안했다가 맥락을 못 잡게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입 다물고 있기로 함. 물론 인랑(애니메이션, 이하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밑 배경은 초반에만 소개되고 빠르게 뒷전으로 물러나기 때문에 편안하게 생각했음. 또한 이러한 배경 소개를 원작과 같이 가볍게 정우성의 내레이션으로 빠르게 해결한 점은 개인적으로는 좋았다고 생각함.

 문제는 세부 설정인데... 공안부가 너무 강력해졌다. 원래는 특기대와 공안부 둘 다 수도경 내의 기관으로 서로 알력다툼을 한다는 게 원작의 골자였는데, 여기서는 '대한민국 공안부'(뭐, 안기부 같은 건가...?)라는 독립 기관으로 나와서 과잉진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특기대를 못 잡아 안달이 나서 특기대원들의 신상도 공중에 막 뿌려대고, 자체적인 특수부대도 꾸려서 가는 곳마다 다 때려부수고 다니는 요상한 구조가 됐는데... 이렇게 크기를 불리다보니 후반부 액션의 볼륨을 아주 크게 늘려줘서 만족스럽게 해 주는 순기능을 하긴 했지만, 그 외에는 뭔가 다 이상해지는 느낌이 돼 버림. 액션덕후 김운123지가 후반부 액션을 위해서 너무 큰 개연성 제물을 바친 게 아닌가 싶음. 원래는 암투였는데 영화에선 전면전이 돼 버렸어!

 다만 원작에서는 역시 밑물로 끝인 섹트의 역할을 조금 더 늘려서 공안부와 유착하고 있다는 설정을 만든 건 나름 참신하다고 생각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량이 공기 수준이라 그렇지...


 그나마 칭찬할 점이 하나 있다면 원작에서 뭔가 중요할 것처럼 아닐 것처럼 계속 늘어놨던 빨간 망토 이야기를 하나로 압축해서 후반에선 잊게 만드는 데 성공했단 거? 근데 프로덕션 IG를 데려왔다고 들었는데, 막상 보게 된 결과물이 네이버 붐업붐따 시절에 보던 잔혹동화 그림 슬라이드쇼같아서 벙쪘음. ㄹㅇ 음악도 존나 붕뜨고 그냥떠버림


 - 머펫 쇼

 버닝 보고 말투가 문어체네, 뭐네 했던 사람들이 인랑을 보고 고혈압으로 뒷목을 잡다 못해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뿜어대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는 시간. 사실 이번 영화에서 정우성을 빼면(사실 입 닫아놓으면 멋지긴 함) 대놓고 연기를 못 한다고 소문난 배우는 없다고 생각함. 다만 너무 굳어있는 각본 대사나 연기지도, 아니면 아예 민호우 취조씬처럼 너무 과잉된 연기가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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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손인형도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데...)


 그리고 원작에 비해 늘어난 캐릭터들의 쓸모가 전혀 없음. 대표적으로 민호우나 한예리. 둘 다 극중 이름은 기억 안 남... 한예리는 한효주와 같은 섹트 소속으로 나와 둘이 막 얘기를 하면서 오, 섹트에 대해 뭔가 더 보여주나? 하는 기대를 갖게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역할 없이, 극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으면서 마지막에 2억 받고 개명하고 해피퇴갤하는 역할로 나옴. 마찬가지로 민호우도 같은 특기대 대원으로 나와서 뭘 더 보여주나 싶었지만, 딱히 비중없는 특기대원 #n 으로 나와서 여기저기 설치다가 딱히 아무 비중 없이 자결로 끝나는 역할. 이쯤되면 우정출연이 허준호가 아니라 저 둘이 아닌가 싶었다. 


 - 지금 한국 살기 힘든 거 맞아요?

 분명 배경은 통일을 막기 위한 강국들의 압박으로 살기 힘들어진 한국임. 다만 이런 형국을 보여주는 장치가 영화에 몇 없음. 기껏해야 초반 시위 장면이나 몇 초씩 비춰주는 불꺼진 거리의 모습들, 지나가는 지하철 뒤로 정전되는 건물들 정도? 특히 이런 이상한 느낌은 작품에서 계속 비춰주는 서울타워때문에 더 심해지는데, 원작에서 각각 그냥 길거리, 문 닫은 유원지, 불 꺼진 박물관이었던 자리를 죄다 서울타워로 대신하고 그 삠뿜블링블링한 남산타워에서 행복해하는 사람들 앞에 주인공이 있으니까 마치 딴 세상처럼 느껴져버리게 돼 버림. 물론 어려운 세상 속에서도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이 있다지만, 이러면 좀... 세트장 잘 만들어 놓고 너무 남산만 간것같다.


 - 반전이 없어!

 원작에서는 인랑의 존재 여부 그 자체, 한효주가 공안부와 결탁한 사실, 강동원이 인랑이었다는 것들이 주로 후반에, 하수도 전투 직전에 밝혀지면서 모든 게 폭발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굉장히 빠르게 그러한 반전들을 소모해버림. 원작에서는 소문만 자자하고 이런 게 진짜로 존재하는지 알 수도 없었던 인랑의 존재가 그냥 마! 내가 인랑이요! 하고 밝혀져있다시피 하다보니까 기대감도 없고, 강동원이 인랑이었다는 사실은 하수도 전투 직전에 알려지긴 하지만 솔직히 앞에서 문제없이(엄밀히 말하면 탈영 상태임에도?) 상부와 연락을 계속 유지하는 장면에서 대부분 눈치 까게 된다. 무려 영화 시작하고 한시간만에 이런 쾌속조루 전개를 보여주는데, 마지막 하수도 전투 전까지의 공백 약 20~30분을 정말 멍 때린 상태로 아무런 기대도 걱정도 없이 보고 있었음. 뭔가 더 나오겠다고 기대할 만한 꺼리도 없는데 음악만 혼자 어떻게든 살려 보겠다고 요란하게 빵빵빵빵! 삐리리리릭 뾰로로로록 나오는 게 우습기도 함.


 - 그래서 대체 교훈이 뭡니까?

 원작에서는 체제에 결코 반발할 수 없는, 강동원조차 잠시 도피를 꿈꾸지만 이내 한효주를 쏴 죽이며 체제를 택하는 결말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이도저도 아닌 조루 결말을 보여주고 말았음. 영화에서 강동원이나 한효주가 지속적으로 보여준 반항기 내지 반발심리를 아예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아닌데, 그럴 거면 마지막에 정우성이 특기대 훈련장으로 가는 모습을 좀 더 길게 잡아준다던지 엔딩을 바꾼다던지 해서 "그래, 나간다고? 어디 한 번 잘 해봐. 네가 나가도 체제는 계속 유지될 거야." 같은 무서운 결말을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늑대처럼 다 부수고 죽여 놓고 갑자기 해피해피뿅! 하고 끝나버리니까 맥이 잡히질 않고 답답함. 

 결국 영화를 보는 중에는 뭔가 있는 것 같다가 영화를 끝마치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아무런 주제도 교훈도 없는 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음.


 - 야, 신난다!

 액션 덕후 김운123지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보여준 장점. 비록 개연성을 설명하는 데는 시간이 좀 들겠지만 그래도 프로텍트 기어의 파괴력과 묵직함, 마치 체제 그 자체를 상징하듯 무너뜨릴 수 없는 좆간지를 존나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비록 공안부 설정을 좆발라먹어버리긴 했지만 공안부의 대가리를 키운 덕에 상대하게 된 적의 규모도 수십명 남짓으로 크게 늘어나서 후반부 액션의 분량이 아주 크게 늘었음. 초반 시위와 하수도 진압 장면부터 후반부 결투까지 김지운이 액션으로 할 수 있는건 좆빠지게 보여준 느낌. 다만 액션 말고는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는 게 너무 아쉽다...

 

 - 정리

 좌우간 나쁘다... 가 아니라 아쉬웠다! 라는 결론이 나오게 됐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김지운이 넷플릭스판은 추가적인 편집을 거쳐 마치 인랑 2로 보일만큼 다른 영화로 만들겠다는 말을 했을때 큰 기대를 하게 됨. 물론 최근 확장판이니 디 오리지널이니 감독판이니 하면서 핑계를 관대하게 댈 수 있게 된 한국영화 풍조에 편승한 것 같은 비겁함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 인랑의 경우 좀 더 시간을 들여 제대로 편집했을 때 확실히 제대로 된 영화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었기 때문. 솔직히 이 영화가 ㄹㅇ이나 신파함께 등 진짜 답 없는 영화들처럼 장면들마다 못 찍고 조잡하고 한숨 나오는 영화는 아니었으니까... 일단 기대를 해보기로 함.

 점수를 딱 중간 정도 줄 수 있을 듯. 익X에서 칭송하는 것 처럼 시대의 걸작도, 네이버 등지에서 까내리는 것 처럼 리얼 급 괴작 졸작도 아니었음. 나쁘진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