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bo-lemon-and-lime-squeezer-plus-free-stainless-steel-lemon-zester-with-channel-knife-citrus-press-juicer-chef-fruit-hand-juice-aluminum-metal-extractor-lemon-squeezer.jpg


 작년에 실망스러운 심정으로 신과 함께: 죄와 벌을 보고 나온 후 "이딴 영화가 천만을 넘었으니 한국 영화는 망했구나~" 라는 뉘앙스로 감상후기를 끝맺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인터넷에 비슷한 글들이 올라와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광경을 보고 있다. 그러다가 한 글을 봤다. 어쨌든 대부분의 관객은 내용의 깊이 그 자체보다는 말초적인 재미에 주목한다는 말.

문득 성룡/이연걸의 포비든 킹덤을 십 년만에 다시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스토리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예 맥락이란 게 전혀 없었던 영화. 두 형님의 날으는 액션 빼고는 볼 게 전혀 없었던 영화... 분명 중학생 때 처음으로 봤을 땐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가 없었는데 말이다. 왜 나이를 먹고 영화를 더 볼 수록 영화가 점점 더 재미 없어지는 걸까? 내가 영화를 무슨 몇천 편씩 본 전문가도 아닌데 너무 일찍 겉멋이 들어버린 게 아닐까? 그 때, 재미가 가득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걸까? 그래서 마침 친구들과 만날 일이 있던 오늘 반쯤 의심을 하면서도 친구들의 추천으로 신과 함께를 보게 된 것이다. 한 번쯤 머리는 식히고 영화는 무조건 재미 있게 보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었으니까. 
 이런 창피하기 그지없는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은 암전되고 불빛이 스크린을 비추었다. 그리고 두 시간 반 후, 극장을 나온 나는 속으로 "씨이발!"을 외칠 수 밖에 없었다.



- 즙과 함께...? 어, 아니네??
 전작인 죄와 벌의 경우 사실상 모든 장면에서 음악과 눈물을 쏟아붓는 그야말로 레몬스퀴저같은 영화였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좀 덜해진 것 같다. 마치 주인공 김자홍이 착하게 살아서가 아니라 집안이 가난하고 어머니가 장애인이라 환생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던 죄와 벌과는 달리, 이번 이승/신화 편에서는 대체로 원작에서 큰 틀을 벗어나지 않아 역겹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의 신파는 없었다. 오히려 어느 정도 유머로 채워진 편. 신화 편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그 부분의 문제는 신파가 아니었으니까.. 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좀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설정 붕괴로 인한 혼란과 수많은 설명충들의 과거 회상으로 이루어진 TMI의 해일 속 맥빠진 액션으로 사실상 클라이막스라고 부를만한 부분이 전혀 없는 밋밋한 구조 때문이었다. 자세한 것은 밑에...

- 설정붕괴와 함께
 죄와 벌과 인과 연은 거의 동시에 각본/촬영을 했다고 알고 있다. 실질적으로 시간이나 감독의 착각으로 인한 설정오류의 여지가 조금 적었다는 억측을 해본다. 그런데 오히려 1편과 2편이 전혀 다른 영화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한 건 아니고.
 이승에서의 일과 함께 영화에서 주로 다뤄지는 건 원작에서는 나오지 않은 김수홍의 재판이다. 그런데... 7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모두가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말았나 보다. 김수홍의 죽음은 억울한 죽음이라며 형량 배팅을 하고 있는 강림에게 자기는 절대로 억울하게 죽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불과 반 년 전에는 원귀가 되어 이리저리 쏘다니며 천둥 회오리로 부대까지 뒤집어놨던 네가?? 이렇게 강림도 알고 관객들도 알고 심지어 반 년 전의 자신도 알고 있었던 억울한 죽음을 굳이 다시 증명하기 위해 강림은 "현세의 인간"을 증인으로 소환하기에 이른다. 어... 이런 게 있었어? 미리 있는 줄만 알았다면 김자홍이 재판때도 어머니 한 번 딱 소환했으면 저승길 프리패스를 얻었을텐데 말이다? 반면, 이승에 간 해원맥과 덕춘은 쪼그라든 성주신의 모습이 무색하게 마구잡이로 현세에 개입하며 허춘삼 가족을 지킨다. 
 죄와 벌에서, 비록 오그라들 지언정 김용화는 자기가 세워놓은 원칙을 어느정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자홍의 어머니와 접촉할 때를 제외하면 현세에 개입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규칙을 어긴다고 어긴 것도 고작 어머니의 현몽 정도였다. 그런데 고작 한 편만에 그런 규칙 따위 없었다는 듯 이리 휘고 저리 째는 모습을 보여주니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말 그대로 다른 영화인 거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한 건 아니고...

- TMI와 함께
 대체로 편과 편 사이의 구분을 뚜렷이 한 원작과 다르게, 이번 인과 연에서는 이승과 신화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을 노린다. 그리고 실패했다. 
전생에 대한 기억이 없는 차사들의 과거에 대해 왠지 모르게 전부 알고 있는 성주신의 끝없는 과거 회상으로부터 마지막 쿠키영상까지, 전부 맥빠지는 플래시백과 실없는 반전으로 채워져 있다. 죄와 벌의 경우 김자홍의 재판과 김수홍의 난동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었기에 왔다갔다 하는 구조가 도움이 되었겠지만, 이번 편의 경우 이야기의 주가 되어야 할 것은 김수홍의 재판과 허춘삼 가족 이야기임에도 별 이유도 없이 네가 너희들의 과거를 알고 있노라-며 끝없는 플래시백으로 영화의 맥을 끊은 뒤, 마치 그것이 뭔가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끝을 맺는다. 
 또한 대체로 두 시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인물들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려 쓸데없이 시간을 할애하는 편. 성주신의 궁정 화가였다는 과거, 강림 동생의 정체, 누구누구의 정체... 마치 중요한 반전인 것 처럼 포장하지만 내실이 없다. 반전은 필시 이야기 진행의 변화로 이끌어져야 하는데, 듣고 나면 "아 그래? ...그렇구나." 하고 끝날 내용밖에 없다. 해원맥이 강림 동생이었어서 뭐? 염라대왕이 강림 아버지였어서 대체 뭐...?

- 덱스터의 성공적인 CG 포트폴리오
 전작에서도 어느 정도 칭찬했던 CG였던만큼, 이번에도 딱히 할 말이 없다. 전작에서는 다소 양산형 중국CG처럼 보였던 저승의 배경도 매우 자연스럽게 다듬어졌고, 액션들 또한 그 안에 내실이 없을지언정 멋지게 잘 표현돼 있다. 전편에도 그랬듯, 이 CG를 앞으로 어디에 쓸 지만 잘 찾아냈으면 한다...
 물론, 영화를 보면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보인다는게 문제지만. CG의 겉보기 질은 좋을 지언정 모두 따라한 것 처럼 보이는 것들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특히 맥락없이 등장한 공룡들은... 스필버그는 아직 죽지 않았지만 이 소식을 듣는다면 홀로 밖에 나가 자신을 땅에 묻은 뒤 다시 분노로 흙을 뚫고 올라올 것이다?

- 그 외
 결론적으로, 이번에도 구렸다... 전편에서는 즙이라도 짜고 재미라도 챙겼지, 이번에는 시종일관 밍밍하고 건조한데다 지루하기까지 하다. 다만, 전작에서 볼 수 있었던 치명적인 단점들은 비교적 극복된 듯 하다. 어 머 니 를 한 번 만 보 고 갈 게 요 네 ? 등 각본과 배우의 연기력 부족에서 나온 어색함과 오달수 등의 치명적인 요소들이 사라졌다. 다만 오달수 대타로 나온 조한철의 연기도... 그냥 전에 하던 대로 드라마나 에로영화에만 계속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좌우간 만약 다음 편을 만든다면 차라리 1편처럼 즙이라도 짜게 만들어라... 대체로 1보다는 낫다는 평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난 문제점들때문에 오히려 1편보다 구렸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