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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과 네 개의 왕국. 생각 정리가 귀찮아서 숫자로 정리...

1. 빛 켄 지 포 이

2. 스토리의 전체적인 골격은 괜찮을...뻔 했다. 대충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모험!!! 이라는 얘기였는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와 비슷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적당히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이 영화를 주로 볼 계층을 고려하면 적당히 유치하게, 적당히 역겹지 않게 쓰여진 것 같다. 원작을 좀 지나치게 개조한 듯한(막상 원작을 안 읽어봐서 사실 잘 모르긴 하지만), 마치 디즈니가 자기들만의 나니아를 가지고 싶어한다는 욕심을 내는 듯한 좀 지나치게 과감한 모험 스토리도 역시 개인적으로는 나름 매력적일... 뻔 했다.

3. 다만 이러한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작은 방식들은 굉장히 잘못됐다고 느낀다. 분명 역대급 배우들을 한 트럭으로 쏟아부었는데도 촬영이나 스토리 전개는 최대한 매켄지나 키이라가 최대한 예뻐보이는 데에만 집중한 듯한 느낌에, 시간을 잘 썼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설명하면서 제대로 짚어줄 수 있었을텐데도 그냥 빠르게 넘어가버린 깊은 설정들, 그리고 별 이유 없이 강력하고 똑똑한 주인공...

영화를 보면서 올해 5월인가 하여튼 상반기에 봤던 '툼 레이더'가 많이 생각났는데, 영화에서 등장하는 고난들(툼 레이더의 경우 고대 무덤의 퍼즐, 여기에서는 주인공 엄마가 만들어낸 무슨 기계)에 대해서 (얘는 고대유물 책을 읽었으니까!/얘는 엄마 닮아서 발명을 잘하니까!) 라는 엄청 최소한의 맥락만 줘 놓고 관객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뭘 자꾸 뚝딱댔더니 쓱싹 해결이 돼 버리는, 뭔가 위기 같지도 않고 얘가 뭔가 해낸 것 같지도 않은 김빠지는 상황이 많이 나왔다. 영화가 두 시간이나 되면서, 자꾸 직접 설명을 하려 하지 않고 "얘는 원래 그래... 대충 감 오지?" 하고 넘어가 버리려는 느낌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괜찮을 "뻔"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주제도 목적도 없고 심심한 영화를 만들 거라면, 원작을 이렇게 미친 놈처럼 뜯어고쳐도 문제가 안 될까 싶은 궁금함이 생긴다.

4. 좌우간 얘네는 신데렐라 아니면 미녀와 야수 때부터 "스토리는 개판으로 써 제꼈어도, 일단 주인공만 예쁜 사람으로 캐스팅하면 흥행은 될 겨!" 라는 자기들만의 요상한 흥행 공식을 고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정말 나쁜 버릇 같다. 그나마 최근에 점점 실패하고 있는 전략인듯하니, 언젠가는 고쳐나가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만 해 본다.


결국 영화 나름 재밌게 보고 났더니 주제고 아름다운 설정이고 호두까기인형이고 뭐고 머리에 하나도 없고, 매켄지 포이랑 키이라 나이틀리만 떠오르는 영화가 돼 버렸다.

그래서 영화는 굉장히 불만족스러웠는데, 막상 매켄지를 떠올리면 아주 기묘한 흡족함과 만족감이 들어서 8/10을 줘 버릴까 하는 유혹에 휩싸이다가, 다시 정신 차려보고 나면 4~5/10 정도 밖에 안 되는 영화였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