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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카가 퍼즐을 풀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주일이 다 되어간다. 평일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고, 벌써 토요일이다. 하루카가 다 쓴 몽당연필은 우리끼리 상의해서 지금까지 버리지 않고 있었는데, 그렇게 해서 모은 게 벌써 160자루는 넘었다. 다스로 치자면 벌써 15다스 정도는 됐으리라.

오늘 같은 날엔 혼자서 쉬는 것도 좋지만 같이 쉬면 더 빨리 나아질 거라는 생각에, 토요일에도 어김없이 분신들을 풀어놓았다. 나는 이미 회복되었다지만, 여전히 분신들 없이 보내는 시간보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 (밤에는 꼭 분신들과 같이 잔 게 컸다.)

부모님은 오늘도 출근하셨겠다, 집에 보드게임도 없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던 8명의 미사키였다. 그러던 우리가 저녁을 먹고 나서, 하나의 작전을 생각하였다.

하루카가 풀었던 퍼즐을 거실에 갖다놓는 거다.

사소한 작전이긴 하다. 하지만 하루카가 열심히 퍼즐을 풀고 있는데 지금까지 풀었던 게 방해가 되면 안된다. 풀었던 것이 방해가 될 정도로 쌓이기 전에 치워야, 퍼즐을 푸는 속도도 빨라진다. 그래서 작전이 수립된 거다. 하지만 분신들까지 우르르 몰려가면 안 되기에, 담당은 언제나 나 혼자다.

작전 수행을 위해, 조심스레 하루카의 방문을 열어보았다. 옆에서 망을 보는 건 라이오의 몫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불은 여전히 켜져 있었고, 하루카는 퍼즐을 풀다 지쳐서인지 엎드려 자고 있었다. 침 때문에 번질까 미리 풀어놓고 치운 것도 대견하다. 하루카 감상을 그만두고 그 동안 풀었던 퍼즐을 보았는데, 어림잡아 900장은 되어 보였다. 유니코, 라이오를 부르면 될 것 같았다. 8명은 무리이어도 3명이라면 가능하니까.

그렇게 거실에 300장 정도의 4절지 뭉치 3개를 식탁위에 올려놓은 우리는 퍼즐에 대해 골똘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무슨 퍼즐이람."

퍼즐 하나하나를 봐도 도통 모른다 대놓고 선언해 버리는 유니코였다.

"힌트도 없고." 레비의 투정과
"어떤 건 아예 비어 있고." 이나리의 허탈함
"어떤 건 빽빽하ㄱ… 엣취!" 라이오의 재채기
"무슨 장식 같기도 하고." 샤우라의 감상
"소시지 생각난다." 부부의 망상

그리고 벨의 숙면까지.

요리보고 저리봐도 알 수 없었던 퍼즐이었다. 그러다 퍼즐의 자투리 공간에 뭔가 쓰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dudek, dek)

내가 들고 있는 퍼즐의 좌표이다. 도영 오빠가 잘못하고 있지 않는 한, 이 조각은 (20, 10)에 배치될 퍼즐이다. 때마침 옆의 이나리가 갖고 있는 것은 (deknaŭ, dek), 그러니까 (19, 10)의 조각이다. 이나리의 것과 내 것을 맞춰보니, 그림이 이어진다. 틀림없어. 이건 더 큰 그림의 '조각'이야. 유니코의 (20, 11)과 맞춰보니 나의 확신은 의심의 여지를 전혀 남기지 않았다.

이번엔 라이오가 다른 조각을 건네줬다. (kvardek, tridek)이라고 적혀 있는 또 다른 조각. 이건 분명 (40, 30)에 배치될 조각이다. 1,200장이라 했으니 분명 마지막 조각이라 말하는 이나리. 그렇다는 건….

"여기서 맞추기엔 너무 작은 것 같아."

확실히 샤우라의 말이 맞다. 이 퍼즐을 맞추기에는 방 안도, 거실도 좁다. 적어도 교실 하나 정도는 빌려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만한 '시설'을 빌릴 수가 있지? 맞다. 문제 출제자라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곧바로 나는 휴대폰을 들어 카스텔투로 팀장한테 전화를 걸어보았다.

'응. 미사키? 안 그래도 저녁 먹고 있었는데.'

도영 오빠, 퍼즐 맞춰야 하는데 어디 가서 맞추죠?

'어디 가서 맞추다니? 그건 미리 합의했어.'

그리고서는 하루카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하루카는 지금 퍼즐 풀다 잠들고 있어요. 그러자 언제 모든 퍼즐을 풀 것 같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아마도 월요일 오후 쯤이면 될 것 같아요.

'월요일? 알았어. 오전에 학교 가서 얘기해 놓을테니까, 점심 먹고 조퇴하자고. 주소는 그 때 알려줄게.'

그리고는 질문할 틈도 없이 통화 종료. 오늘따라 도영 오빠는 막무가내이다. 하지만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 팀장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아서 다시 걸지는 않았다. 남은 것은 펼쳐놓았던 퍼즐들을 다시 한데 모으는 거다. 거실에 계속 놔뒀다가는 보르시치가 찢어놓을 것 같아서 그렇다. 300장 씩 퍼즐을 묶어 놓은 우리는 다시 방에 올라가 하루카의 침대 옆에 뭉치들을 놔 두었다. 얼핏 보면 쓰레기 같지만, 전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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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잠이 들었다. 머리가 살짝 아프다. 미사키가 다녀가서 그런지 불은 꺼져 있다. 손을 더듬어 스탠드의 불을 켜 보았다. 왼쪽에 있어야 할 종이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풀어놓은 퍼즐을 쌓아둔 것인데 말이다.

곧바로 방의 불을 켜 보았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보이지 않던 퍼즐은 어느새 세 묶음을 이뤄, 내 침대의 옆에 놓여 있었다. 분명 미사키와 분신들이 한 것이다. 안심이 된다.

다시 책상에 앉아 보고 기지개를 켜 보았다. 책상이 깔끔해져서 좋다. 사실 왼쪽에 놓았던 종이 때문에 조금은 조심스럽게 퍼즐을 풀고 있었는데, 이젠 그런 것도 없다.

미사키 덕에 퍼즐을 좀 더 빨리 풀 수 있게 되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마지막 남은 퍼즐 뭉치를 향해 힘내자.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합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