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사쿠라다, 미사키…?

이름이 나랑 같은 여학생이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도영 씨랑 마주 서 있었다. 내 분신 같은 것도 아니다. 복제인간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나보다 두세살은 어려보이는 여중생, 동명이인일 뿐이다. 아무리 봐도 나랑은 뭔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또 다른 '사쿠라다 미사키'. 이 여중생은 곧바로 내 옆의 테이블에 앉아, 차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서로 인사나 하라는 하루카, 이런 일도 흔치 않은 일이라며 나를 등 떠밀었다. 알았어, 가면 되잖아.

도영 오빠가 아직 재스민 차를 우리는 가운데, 나는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쿠라다 미사키의 앞에 섰다. 사쿠라다는 나를 의식하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하루카와 비슷하게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읽고 있는 책도 우연의 일치인지 똑같다. 저기, 뭐 읽고 있어? 그러자 사쿠라다는 화들짝 놀란다.

"아, 안녕하세요."

당황하기는. 아무튼 정식으로 소개할게. 내 이름은….

"'사쿠라다 미사키'…님 맞죠?"

아, 응. 아무쪼록 잘 부탁해. 그러자 사쿠라다는 내가 내밀었던 오른손에 미소로 화답했다. 찰랑찰랑한 생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온다. 혹시, 책 좋아해? 그러자 사쿠라다는 아주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좋아하는 책의 장르를 물어보니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다고. 바로 옆에 있는 소년 하루카와는 장르 차이가 엄청나다.

"미사키, 여기 재스민. 사쿠라다도 재스민 차, 맞지?"

이 와중에 도영 씨는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미사키들에게 차를 대접해 줬다. 정말로 무덤덤하기 짝이 없다. 내가 태클을 걸어봤지만.

"왜? 별로 신기하지도 않은데?"

그 태클마저 반사 당했다.

188

사쿠라다 미사키…라.

그 이름을 처음 듣고, 그저 장난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저 여중생의 이름이 진짜 '사쿠라다 미사키'일 확률은 75%. 둘이 친구로 지낸다면 사이좋게 지낼 가능성은 계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매우 높음. 그런 생각에 내가 미사키를 등 떠민 거다. 저런 인연도 언제 다시 엮을 수 있을까.

"뭘 생각하고 있어, 하루카?"

나에게 보이차를 내미는 도영 씨. 아, 저 둘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사쿠라다 미사키' 말이지? 둘 다 말이야."

네. 그래서 둘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려 했지만, 도영 씨는 둘이 주문한 것도 대접해야 한다며 곧바로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리고 미사키들에게 내 준 것은 둘이 주문했던 재스민 차. 그 동안 나는 읽던 하드 커버 책을 마저 읽고 있었다.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 나와 같은 '하루카'이지만, 성은 다르다. 게다가 소설 속의 하루카는 여자.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