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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거기서 뭐 하세요?"

이 저택의 주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말을 걸어 왔다. 잠시 놀란 나는 그리 훤칠하지는 않지만 아우라가 풍기는 그 남자를 바라보았다. 흑갈색 머리카락이 만든 단정한 머리, 하얀 와이셔츠에 검정 바지. 집사와 유사한 차림으로 저택에 들어온 그는 곧바로 대문 앞으로 다가가 자동 응답기가 달린 벨을 눌렀다.

"방문자의 이름과 용건을 말씀하십시오."

그 남자는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카스텔투로 팀장, 이도영'. 그러자 굳게 닫혔던 문이 서서히 열렸다. 팀장은 곧바로 나와 매니저를 정식으로 초대해 주었다. 그나저나, 이 집은 꽤나 넓네요. 혼자 사는 거 맞아요?

"여기는 내 집이기도 하니까요."

곧바로 이도영 씨는 거실의 불을 켜고 작은 종이가방에 있던 짐을 풀기 시작했다. 짐이라고 해 봤자 빨랫거리 뿐이지만 말이다. 카스텔투로 팀장이 화장실에 들어가고 얼마간 물 소리가 들리더니, 그는 곧바로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나왔다. 수건을 가지고 나온 도영 씨는 하얀 종이가방에서 옷을 꺼내더니 곧바로 수건과 함께 세탁기에 넣는다. 그리고는 같은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꺼내고서는 식탁에 앉는다. 마츠오카 씨도 앉고 나도 앉자 대화가 시작되었다.

"어디 보자, 요네자와 사치코라 했죠? 그 쪽은 무슨 관계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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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바 라이토.

사쿠라다 가문의 다섯번째 딸이자 형제자매 중에서는 일곱째, 사쿠라다 히카리가 아이돌로 활동할 때 사용하는 예명이다. 히카리는 어려서부터 요네자와를 동경해 아이돌이 되기를 원했고, 그 노력이 결실을 얻어 요네자와와 같은 소속사로 스카웃되었다. 그리고 몇 번의 트윈 라이브를 통해 요네자와와 히카리 사이의 라이벌 관계가 시작되었고, 그 관계는 곧 선의의 관계로 끈끈하게 유지되었다. 당연히 히카리는 아이돌 활동 때문에 선거활동에 전념할 수 없었고, 국왕선거를 사실상 중도 하차했다. 그래도 성공의 길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길을 찾아 성공했으니 히카리에게는 한 점의 후회가 없었으리라.

요네자와의 고민은 바로 히카리의 성공에서 나왔다. 그렇게 자신을 이끌어 왔던 히카리가 도통 밖에 나가려 하지 않으니 요네자와 사치코라는 여자 역시 힘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퀴는 하나만 있어서는 쓸모가 없다 했던가, 지금 요네자와의 심정이 그렇다. '브레이크 아웃'이라는 이름의 질환이 지금 요네자와한테도 옮고 있는 것이다. 바퀴는 동력이 있어야 하거늘, 동력을 잃은 요네자와는 그대로 멈춰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튼 이 사실은 미사키한테서도 하루카한테서도 들은 적 없는 정보다. 아니, 처음부터 들은 적이 없었다. 그 동안 나는 브레이크 아웃 자체에 대해서만 알고 있었지, 그에 엮인 사건들은 불과 한 달 전에도 거의 모르다시피 했다. 아이돌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끊은 탓에, '사쿠라바 라이토'라는 정체도 거의 모르다시피 했다. 아직 나는 미사키와 하루카 정도만 회복시켰을 뿐이고, 히카리는 이제 3번째 회복 대상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저희 회사에는 1년 이상 활동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된다는 조항이 있어서 말이죠."

옆에 앉은 매니저 마츠오카 씨가 첨언한다. 계약이 해지되면 일정 기간동안 재계약을 할 수 없기에, 그 기간 동안은 히카리가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게 된다. 심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브레이크 아웃이 발생한 지 어느새 11개월이 넘었고, 골든 타임 까지는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 게다가 무대 준비기간 까지 고려하자면, 늦어도 열흘 내에는 히카리를 다시 무대에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카스텔투로의 존재 의의가 없어진다. 기껏 미사키와 하루카를 지옥에서 꺼내 주었지만, 더 깊은 지옥으로 들어가지 않고 빠져나가면 그대로 이승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게 될 것이다.

어떻게든 사쿠라다 히카리를 지옥에서 꺼내야 한다.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