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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집안에 이런 게 설치되어 있었을 줄이야."

그 동안 우리를 관찰하기 위해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하루카가 떼서 비닐 봉투에 넣고 있었다. 브레이크 아웃이 발생했을 때 아빠의 명령으로 설치된 것인데, 과잉 보호 때문인지 방마다 4개씩 달려 있었다. 그 중에서 3개는 나와 하루카가 치우고, 하나는 예비로 남기되 신형으로 갈아끼울 예정이다. 나와 분신들이 손쉽게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구조 자체는 매우 간단하지만, 오랫동안 설치되어 있어서인지 그 흔적은 흉하게 남아 있다. 게다가 당시 유니코가 뚫어놓은 구멍은 삐죽빼죽 나와 있어, 흉물이 따로 없다. 이럴 때 카나데 언니나 슈 오빠가 해줬으면 하는 하루카의 푸념도 있었지만, 둘 다 아직 회복되지 않은지라 그저 푸념으로 늘어놓는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것들은 버려야 할 것 같아."

각 카메라가 담긴 비닐 봉투 3개를 가리키며 말하는 하루카였다. 그런데 어디다 버려야 할 지는 차마 정하기 어려웠다. 안 그래도 우리 집안은 왕족이라, 쓰레기를 무단 투기했다가는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난다. 그것만은 죽어도 싫다. 차라리 아빠한테 맡기면 될법도 한데, 오늘은 아빠마저 야근이시다. 대체 언제쯤 야근의 악몽이 끝나는 건지.

안 되겠다. 하루카, 이건 도영 오빠한테 맡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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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키의 요청으로 비닐 봉투 3개를 들고 집을 나섰다. 안 그래도 내일은 주말이라 폐기처분하기 쉽지 않다. 그렇게 푸념을 하면서 걸어서 1분인 카스텔투로를 향해 가고 있었는데, 카스텔투로의 문 앞에 도착할 때 쯤 누군가가 대문을 나선다. 한 명은 전에도 만나봤던 사람이고, 또 한 명은 TV에서만 봤던 사람이다. 분명 우리 식구 중 누군가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용기를 내어 불러봐야 되겠다. 저기, 죄송합니다만.

그러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돌려 보았다. 틀림없다. 히카리의 매니저, 마츠오카 씨이다.

"하, 하루카 님?"

이에 3년 반 전의 그 모습 그대로 놀라고 있는 마츠오카 씨. 이어 바로 옆의 여자도 놀라서 뒤를 돌아본다. 우리 식구 중에서 마츠오카 씨와 접점이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히카리, 그리고 그 히카리와 같은 소속의 여자라면.

"요네자와 사치코, 내 이름이야."

여자는 곧바로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나는 곧바로 아무 생각없이 오른손을 내밀어 화답하려 했다. 아니, 지금은 악수를 할 때가 아니다. 들었던 손을 다시 내려놓고 말을 꺼내려는데, 갑자기 세 사람이 막고 있던 대문이 열린다.

"저기, 마츠오카 씨. 슬슬 돌아가셔야…."

눈치도 없는 도영 씨다. 이어 터지고 만 남자 셋 여자 하나의 비명들.

"하루카, 이번엔 무슨 일로?"

이어 도영 씨의 언성이 엄청나게 하이톤이 되었고, 나는 당혹감에 비닐 봉지 3개를 던지듯 도영 씨한테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도망치듯 카스텔투로를 빠져나와 (사실 들어가지도 않았건만) 겨우 집에 돌아왔다. 간만에 달려서 그런지 숨이 차오른다.

※ 'Teritorio de Leontodo'는 에스페란토로 '민들레 영토'를 의미합니다.
※ 이 소설은 '성 아랫마을의 단델리온' 팬 픽션입니다.
※ Feliĉan Novjaron!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를 정의하는 것은 결코 '환경'이나 '유전자' 따위가 아니다.

'나'를 정의하는 것은 '존재의 연속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