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마, 이건 감성팔이가 아니지." - Dominic, S.


 오늘도 컴퓨터를 하다 마땅히 할 다음 일이 생각나지 않으면 북마크바에 있는 '퍼니플래닛'을 누른다.

딱히 새로 올라온 글은 없다. 여러 동영상 게시판들도 업로드가 멎은 지 오래 되었다.

해외UCC 게시판도 마찬가지다. 꽤 여럿 유튜브 영상 번역 페이지가 삭제되었다. 최근 내 채널도 그 중 하나가 됐고...

사실, 이 사이트 전체가 그렇게 됐다. 퍼니플래닛은 멈췄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분명 퍼니플래닛은 밝게 빛났던 적이 있다. 그 빛의 대부분은 붕탁이긴 했지만.

이 곳이 점점 빛을 잃어가는 지금도 그 때를 기억한다. 내가 여기 처음 온 순간과 즐거웠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결국 퍼니플래닛이 완전한 암흑 뿐인 흑색왜성이 될 때까지 여기에 남는다 해도 나에겐 영광이 될 터다.

 감성팔이가 아니라고는 했지만, 결국 추억팔이가 맞긴 하네.  

좌우간 내가 여기서 겪었던 모든 순간들을 두서없이 최대한 적어보려 한다.

 

 시작은 대충 중학교 1학년에서 2학년 정도였던걸로 기억난다.

난 원래 살던 곳에서 이곳으로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여전히 적응을 못 했고, 조금 많이 외로웠다.

어쩌다보니 친구는 많지 않고 학교나 학원을 제외하면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게 됐다.

- 분명 그 당시에도 컴퓨터 중독 수준이었는데, 뭘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네이버나 뒤적이고 있었나... - 

 

 그리고 갑자기 내 삶에 그가 나타났다. 열 받은 비디오 게임 너드, AVGN. -상술했듯 많지 않은- 친구 중 하나가 소개해줬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막 엄청 웃기고 신기하고 새롭고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막...

앞으로 가고, 쏘고, 죽으면 "씨발!"을 외치는, 그런 패턴의 영상.

그래도 그 당시에는 많이 웃겼었다. 무엇보다, 그 때까지 그런 건 본 적이 없었다. 

처음이었다.


 그 후 AVGN이 시리즈물이라는 것과 이런 걸 모아놓은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은 금방이었다.

그래서 즐거웠다. 물론 그 덕에 그 어린 나이에 컴퓨터 속으로 더 깊이 쳐박히긴 했지만.

 그런데 사실 그 때만 해도 '퍼니플래닛'의 존재는 별로... 안중에 없었다고 할까.

AVGN Fan's shit 어쩌고인가에 퍼니플래닛으로 가는 링크가 있긴 했던 걸로 기억한다. 둘이 서로 연결이 돼 있긴 했으니...

다만 그 때의 퍼니플래닛은 일종의 불모지였다. 테라포밍이 덜 됐다고 설명을 할까...

 

 그리고 인터넷에서 모든 일이 그렇듯, 정확히 규정하기 힘든 시기에 우리들은 본거지를 퍼니플래닛으로 자연스럽게 옮겼다.

내가 퍼니플래닛에 실제로 가입한 시기는 2009년 정도다.


K-023.png


(우왕ㅋ굳ㅋ 자기소개글에 보면 사람이 사함으로 오타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담으로 내가 'egoist'라는 닉네임을 이곳저곳에서 사용하게 된 시작이기도 하다.

뭐, 출생년도와 가입일에서 계산이 가능한데, 저 때가 중학교 2학년이었다. 음, 그래...

그래서 이런 '이기주의자'라는 포스 넘치는 닉네임과 저 간지 나는 자기 소개글을 써 놓게 됐다...

그리고 저 시기를 기점으로, 나는 점점 멍청해지기 시작하여 더는 에고이스트보다 나은 닉네임을 생각할 수 없었다...


 어쨌든, 저 때는 유머 게시판보다는 리뷰 게시판과 추천동영상 게시판을 더 자주 들락거렸었다.

그리고 개념 없이 다른 사이트, 블로그에서 퍼온 리뷰나 유머를 '내 것'으로 포장해서 올리고는 했다.

오, 세상에 전능하신 운영자 주님, 유머게시판과 난장게시판을 뒤집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리뷰 게시판에는 그 당시 나의 흔적이 남아있다. 게임을 불법다운해서라도 해보라고 하지를 않나...

유명 블로거의 한 줄 리뷰를 그대로 퍼와놓고 "어쩌다보니 우연히 같은 글을 쓰게됏나봐ㅎㅎ"하기도 하고... 어우썅!

그래도 여전히 많은 유저들과 친하게 지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2009년~2010년을 기점으로 몇 명의 유저들이 각자의 이유로 탈퇴하거나 탈퇴'당하기' 시작했다.

본인 스스로도 굉장히 병신 같은 이유로 탈퇴 당했다. 이것도 건의 게시판에 흔적이 남아있다. ...어우, 씨바! 쪽팔려.


 그 유저 중 한 명, '스낵'은, 프로그래밍을 조금 할 줄 알았고, 독자적인 사이트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다.

나를 비롯한 여러 유저들은, 10분 메일을 써 가며 계속해서 가입-탈퇴를 반복하는 데 지쳤었다.

그렇게 대략 2009년 중반~말 정도, 한 웹 사이트가 세워졌다.

그건 바로...


[안 까먹으면 언젠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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