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 마지막 날!



[6일차, 6월 29일 금요일 - 창녕~부산]




 지난 여행 동안의 흐리고 비 오는 날씨가 무색하게 정말 맑았다. 덥겠구나 오늘. 대충 남은 음식들을 먹고 모텔 밖을 나섰다.

남지대교를 건너기에 앞서 잊지 않고 브레이크를 교체하러 삼천리자전거에 갔다. 만 원 남짓을 주고 앞뒤 브레이크를 새 것으로 갈았다. 으으음, 신선한 브레이크. 삼천리를 미워하되 삼천리 아저씨들까지 미워하지는 말자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녕함안보에 도착했다. 딱히 급한 것이 없으니 곧 출발한다. 항상 잡초제거 철에 여행을 하다보니 길에서 잡초를 제거하는 아저씨들을 만나는 일이 흔한데, 여기서 무슨 수십명이 플라스틱도 아닌 금속날로 작업을 하고 있어서 쫄아서 그냥 걸어갔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갑갑한 느낌... 목이 답답하다. 물론 그럴 리 없지만, 혹시나 해서 웃옷을 만지작거려봤다. 내 가슴팍에 꽂혀 있어야 할 조오던이 등 뒤로 가 있었다.

시발! 옷을 거꾸로 입고 있었네. 이걸 창원에 와서야 알았단 말이야? 어쩐지 목이 좀 갑갑하긴 하더니. 주변을 둘러보니 거의 아무도 없었다. 부랴부랴 미친놈처럼 열린 길에서 옷을 벗었다 입었다 했다. 그러다 웬 아저씨가 드론 같은 걸 조종하다 말고 밴에서 자전거를 꺼내 달리길래 서로 20분쯤 간격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삼랑진에서 놓쳤다.

원래 삼랑진 우회 루트를 올해에 가 보려고 작년에 인터넷에서 본 글을 즐겨찾기 해놨었는데 사라져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주행했다. 


 삼랑진을 건너고 나서 급격히 당이 떨어져 밥 먹거나 쉴 곳을 찾아다녔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기에 푸드트럭이 몇 곳 있었는데 다 사라지고 없었다. 시기를 잘못 맞췄나... 구석에 있는 슈퍼에 들어갔다. 생수 두 병과 콜라 하나 매실 하나를 사천원에 샀다. 웬 방에 누워 계신 할머니께서 계산을 해 주셨다. 슈퍼 앞 간이 의자에 앉아 콜라를 마셨다... 아니 근데, 콜라는 괜찮은데 매실 캔이 왜 이렇게 녹슬어 있는 거야? 캔을 뒤집어 보니 유통기한이 대충 일 년 정도 지나 있는 음료였다. 믿을 수가 없어...
 이런 쓸쓸한 행렬은 양산 물문화관까지 이어졌다. 분명 작년에 기억나던 장소들이 하나같이 비어 있었다. 이 길도 이제 망했구만! 하는 수 없이 물배나 채워 보러 물 문화관에 들어갔다. 분명 옛날엔 자판기라도 하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정말 아무 것도 없다. 하여간 안에 들어와버리긴 했으니 "좆들 까쇼!" 하고 나갈 수는 없는 거고, 주변을 둘러봤다. 딱히 지금 알고 싶지 않은 지식들이 귓등을 스쳤다. 그나마 아무 것도 없는게 좀 미안하기라도 한지, 찬 생수로 가득한 냉장고가 있고 그걸 여행자한테 나눠주던가 그랬던 것 같다. 난 급하지 않아서 그냥 넘겼다.

(아래 둘은 작년 사진)

 다행히 황산 체육공원? 이라고 해서 거의 부산에 다 와갈 때쯤이 돼서야 푸드트럭이 좀 나왔다. 간식들은 넘기고... 그냥 간단히 라면이나 먹기로 했다. 원래 거의 매년 찾아오면서 미숫가루를 사 먹던 트럭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망한 것 같았다. 아이고슬퍼

네 시 남짓밖에 안 된 시간이었는데도 웬 어른들이 술을 퍼마시면서 시끄러운 얘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 라면을 넘겼다. 발기...비아그라... 비아그라의 기원... 그 짝으로는 모르는 게 없으신 분들 같았다. 얼마나 그 지식이 넘쳤으면 애기들 있는 가운데에서 그 얘기를 했는지 참 껄껄! 이게 부산인가.

 아직까지 호포교가 공사중이고 그 옆에 플라스틱으로 된 간이 교량 같은게 있는 형태인데, 막상 가 보니 장마로 폐쇄한다는 표지가 붙어 있고 길이 막혀있었다. 길을 너무 잘 막아놔서 억지로라도 넘어갈 수가 없었다. 아니 시발, 길을 무턱대고 막을 게 아니라 우회로 안내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다시 먼 길을 돌아와 포장마차 할머니에게 길을 물었는데... 음. 그냥 공사중인 호포교로 건너가라신다. 뭐...? 하는 수 없이 하늘에서 쉬지 않고 깡, 깡, 소리가 들리고 바닥은 온통 묽은 진흙 천지인 다리를 건넜다. 그 후, 내 자전거에는 그동안의 여행이 우스울 정도로 가장 더럽게 진흙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이런 씨발!

막상 그렇게 염병을 해서 겨우겨우 부산 쪽으로 넘어오니까 우회로 안내가 있더라. 하여간 그짝 분들 자기생각만 하는 수준...




 그래도 부산으로 넘어오고 나니 다시 모든 게 좋아졌다. 맨날 어디 한 곳쯤 공사한다고 엎어놓고 흙에 천 덮어놓은 길이 이번에는 다 포장되어 있어서 유쾌하게 자전거를 탔다. 

다시 한 번 만나게 된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는 대충 저기쯤 있다... 그런데 여행 네 번 동안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굳이 저기까지 가야 하나? 어차피 이미 세 번이나 봐서 의미도 없겠다, 마침 O도 없겠다, 지하철도 곧 오겠다 싶어서 핸들을 왼쪽으로 꺾어 바로 하단역으로 직행했다. 앞서 첫 두 번 간의 여행동안 굳이 부산역에 자전거를 타고 가보겠다고 설치다가 길을 잃은 징크스 탓으로, 안 되는건 알긴 하는데...

도착한 부전역, 엘리베이터 근처의 흡연구역쪽에 자전거를 묶어놓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때밀이가 만팔천 원... 비싸다. 

 그리고 늦은 저녁을 먹을 곳을 찾았다. 원래 부전 시장이 나름 유명한 것 같아 둘러보려 했는데, 목욕탕에서 늑장을 부린 탓인지 모두 닫혀 있었다. 음, 여기선 한 번도 밥을 먹어 본 적이 없는데... 하는 수 없이 서면 맥도날드까지 정처없이 걸어보기로 했다. 필시 맥도날드 가기 전까지 그럴듯한 밥집이 나올테고, 설령 못 찾더라도 맥도날드가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맥도날드를 찾았다. 에잉염병
 가까워지는 기차 시간, 어차피 기차 안에서 잠들지는 못할테니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서 들어갔다. 그동안 집 가려고 별 짓을 다 해 봤지만, 거치대 달린 무궁화호가 확실히 편한 것 같다. 잠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우습게 눈을 깜박, 하니 아침 여섯 시. 급하게 일어나 문이 닫힐 뻔한 열차에서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탔다. 아홉시 쯤 집 문을 열었다. 


 대충 이번 여행을 정리해보면 이런데...

- 주요 사고 : 자빠링 1회, 타이어펑크 1회, 보행자가 개나리스텝밟아서 부딪힐뻔함 1회, 이외 없음

- 잘된 점 : 여행 끝나고 아픈 곳이 없음. 손바닥은 하루 쉬고 나자 바로 괜찮아졌고, 안 맞는 신발때문에 생긴 발가락 얼얼함은 1주 지난 지금 사라짐. 그동안 여행할 때 맨날 아팠던 허리도 이번엔 신기하게 안 아팠고. 생각보다 돈 관리가 잘 됨

                 피부 관리가 생각보다 잘 됐음. 이번에 드디어 팔발토시마스크를 다 껴서 물리적으로 거의 전신을 다 막아내기도 했고, 여행하는 동안 아연을 주기적으로 먹고 잘 맞는 토너를 쓴게 주효한듯. 기름진피부인 여드름 잘 나는 사람들 아연한번 드셔보세요 스까

- 잘 안된 점 : O의 낙오... 여행 전에 아픈걸 결과적으로 잘 체크 못 했고, 자도에서 2인이 주행하는 테크닉을 잘 몰라서 서로 무의미한 추월/칼치기로 인한 체력 소모가 있었고 마라톤 행렬을 지날 때 좀 위험하기도 했음. 휴식 타이밍을 잡기 어렵기도 했고... 

                왜 안 아픈지 모르겠음. 그걸 알아야 다음번에도 그렇게 주행해서 안전하게 여행을 할텐데 문제

                여행하는동안~여행끝나고 일주일까지 피똥쌈. 개인적으로 치질체험판이었음. 좀더 이어지면 진지하게 병원가보려 했는데 지금은 멎어서 천만다행.


 여행이 끝나고 일주일, 외출하면서 바퀴를 잡아보니 뒷바퀴 바람이 다시 죽어있다. 아무래도 패스트패치는 임시때움용인 것 같다. 또 바꾸러 가야지... 바꾸러 가야 하나?

또 자전거를 탈 일이 앞으로도 있을 지 모르겠다. 없었으면 좋겠다... 



여행후기 끝